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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가장 원초적이지만, 가장 어려운 문제다. 남자와 여자는 DNA 염기배열이 99% 이상이 같지만, 아직까지 서로를 이해하는데 서툴기만 하다. 요즘 말 중에 '밀당'이라는 말이 있다. '밀고 당기기'의 줄임말이다. 남녀의 연애 과정에서 상대 마음을 먼저 빼앗아 오기위한 신경전을 의미한다. 단순히 밀어붙여서, 당겨서만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
선수단을 잘 관리하는 것은 감독의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다. 그래서 감독과 선수사이에서도 '밀당'이 필요하다. 예전이야 감독의 권위로 선수를 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개성과 자기주장이 강한 요즘 선수들에게 권위를 내세웠다가 오히려 낭패를 볼 수 있다. K-리그의 대표적 젊은 감독이자 '여우' 신태용 성남 감독(40)은 '밀당'을 잘 이해하고 있다.
자존심 강한 라돈치치가 삐친거 같은 기색을 보였다. 이를 눈치챈 신 감독은 '당기'기 시작했다. 불러서 얘기를 나눴다. 신 감독은 "라돈치치가 전남전에 선발 멤버로 나설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나가지 못해 기분이 좀 상했다고 하더라. 잘 도닥여줬다. 더 쪼이면 안좋을거 같아서 대전전에는 베스트11으로 내보냈다"며 호탕하게 말했다.
신 감독의 전략은 주효했다. 라돈치치는 달라진 모습으로 대전전에 임했다. 마음가짐이 달라졌다는 표현이 정확할 듯 하다. 강력한 몸싸움을 바탕으로 전방에서 볼을 간수하고, 수비가담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대전과의 경기 후 신 감독은 "라돈치치의 경기력이 괜찮아졌다. 이제 골감각만 넣으면 될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신 감독의 이러한 유연한 선수 관리법은 후반기 상승세의 비결이다. 더욱 끈끈해진 조직력으로 FA컵 우승을 노리고 있다. 신 감독은 "성남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 젊은 감각으로 선수들을 관리하고 있다. 밀고당기기를 하고 있다. 선수들이 잘하면 나도 잘해주는게 당연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신 감독의 선수들과의 '밀당'은 계속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