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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왔는데 이렇게 안되네요."
이에 조중연 대한축구협회장과 변석화 대학축구연맹 회장이 직접 나섰다. 대한체육회 이사회에 찾아가 남자축구의 파견을 요청했고 어렵사리 승낙을 얻어냈다. 모든 비용을 협회와 대학연맹에서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변 회장과 김종필 감독, 그리고 18명의 선수단은 이를 악물었다. 꼭 메달을 따내고 금의환향하자는 마음 뿐이었다. 대회 직전 주전 공격수 배천석(21·빗셀 고베)이 J-리그에 진출하며 전력에서 이탈했지만 김영근(21·숭실대) 박형진(21·고려대) 이명주(21·영남대) 황석호(22·대구대) 등 믿을만한 올림픽대표팀 출신 4인방이 있었다.
메달전망은 밝았다. 조별예선 2승1무, 6득점 2실점이었다. 김 감독은 "우승을 노려보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비교적 쉬운 상대라고 생각했던 영국에게 8강에서 일격을 당했다. 수차례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고도 세트피스에 실점을 허용하며 0대1로 패했다. 보란듯이 메달을 목에 걸고 금의환향하겠다는 꿈이 무너졌다. 대학축구연맹 관계자와 김 감독, 선수단은 모두 망연자실했다. 숙소로 향하는 선수단 버스에서는 한 마디의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변 회장이 직접 나섰다. 선수들을 한식당으로 불러 지친 마음과 허기진 배를 달랬다. 그리고 "이렇게된 이상 남은 경기라도 최선을 다하자. 5위를 하고 돌아가자"며 선수단에게 새로운 목표를 제시했다.
20일 이탈리아를 1대0으로 꺾고 5~6위 결정전에 진출한 한국은 22일 우루과이를 상대했다. 마지막 고지였다.
한국은 골대를 세 차례나 강타하는 등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공격 일변도로 나섰다. 하지만 우루과이의 골문 역시 쉽게 열리지 않았다. 결국 0-0으로 정규시간을 마친 한국은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지난 16일 청소년월드컵(20세이하)이 스페인과의 16강전에서 승부차기 패로 무릎을 꿇었던 장면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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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의 결과는 아니지만 갖은 역경 속에서도 이뤄낸 차선의 결과, 5등이었다. 이들의 목에 메달은 없었지만 얼굴에 미소만은 가득했다.
선전(중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