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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동원, '이적동기'브라운 따라가다 주차장서 헤맨 사연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8-21 09:56 | 최종수정 2011-08-21 12:20


◇선덜랜드 홈구장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슈트 차림으로 취재에 응한 지동원. 반듯한 슈트가 잘 어울린다.  선덜랜드(영국)=이 산 유럽축구 리포터 dltks@hotmail.com

낯선 도로에서 앞 차만 졸졸 따라가다 낭패를 보는 일이 종종 있다. 20일 오후 8시(한국시각) 홈개막전인 뉴캐슬전에 나선 지동원(20·선덜랜드)이 선덜랜드 홈구장에서 경험한 해프닝도 꼭 그랬다.

'타인위어 더비' 선덜랜드- 뉴캐슬전 1시간 30분 전, 선덜랜드의 홈 구장인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 정문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하나둘씩 도열했다. 선수 및 구단 고위 관계자만 사용가능한 전용 주차장이다. 정문 앞에서 기다리던 팬들은 선수들이 차에서 내릴 때마다 뜨거운 함성을 질러댔다. 사인 공세도 이어졌다. 마치 영화 시상식을 방불케하는 열기였다.


지동원을 헷갈리게 한 웨스 브라운. 브라운이 팬들에게 사인을 해주고 있다. 선덜랜드(영국)=이 산 유럽축구 리포터 dltks@hotmail.com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들어갔는데, 유독 '맨유 이적생' 웨스 브라운(32)과 지동원의 모습이 눈에 띄지 않았다. 잠시 후 브라운이 간발의 차로 지동원보다 먼저 도착했다. 백전노장답게 여유롭게 사인 요청에 응했다. 브라운의 사인을 얻어낸 꼬마 팬들은 이번엔 '지(Ji)'를 찾기 시작했다. "웨어 이즈 지?(Where is Ji?, 지동원은 어디 있지?)" 마침내 저 멀리서 '지(Ji)'가 모습을 드러냈다. 선수 주차장이 아닌 어딘가에 차를 대놓고 걸어오는 모습이었다. 어리둥절해 하던 팬들은 지동원이 선수 출입구에 다다르자 이내 한목소리로 "지! 지! 지!"를 연호했다. 지동원이 리버풀전 직후 인터뷰에서 "선덜랜드 입단 후 서포터스들이 잘해줬다. 골로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던 바로 그 열혈 홈팬들이다. 지동원은 환한 미소과 손인사로 화답했다. 지동원이 들어간 이후 주차 관리요원은 "지(Ji)가 왜 일반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지 모르겠다"며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동원이 뉴캐슬전에서 엉뚱한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고 있다. 선덜랜드(영국)=이 산 유럽축구 리포터
경기 직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의문이 풀렸다. 주차장 길잡이를 잘못 택했던 탓이다.지동원은 "훈련장에서부터 웨스 브라운의 차를 따라왔다. 그런데 브라운도 이적한 선수라 그런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면서 "다음번부터는 꼭 선수 주차장에 주차하겠다"며 웃었다. 평생을 맨체스터에서 보낸 '백전노장' 브라운과 한국 출신의 프리미어리거 지동원은 이날 함께 헤맸다. 두 이적 동기생의 '좌충우돌' 선덜랜드 적응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날 뉴캐슬전에서 지동원은 후반 25분 교체출전해 추가시간 포함 총 25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경쟁자인 코너 위컴보다 먼저 투입되며 스티브 브루스 선덜랜드 감독의 신뢰와 기대를 입증했다. 팀은 0대1로 패했지만 지동원은 또 한번의 배움을 얻었다. 뉴캐슬과의 전쟁같은 라이벌 더비를 일찌감치 경험했고, 2경기 연속 교체출전으로 홈팬들에게 눈도장도 확실히 찍었다. 기안, 세세뇽 등 기존 공격진들과 발을 맞췄다. 특유의 연결 플레이와 끝까지 볼을 쫓는 적극성, 과감한 공중볼 다툼이 돋보였지만 볼터치의 기회 자체가 많지 않았다. 생존을 위해선 공고한 세세뇽-기안 라인을 뚫고 지동원의 존재감을 입증해야 한다. 찬스볼을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해결하는 체력과 적극성이 요구된다. 지동원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기회가 오면 빠른 시간내에 골을 넣고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2경기에서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쉽다"고 답했다. "힘을 키우기 위한 웨이트트레이닝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스로 가야할 길, 해야할 일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선덜랜드(영국)=이 산 유럽축구 리포터 dltks@hotmail.com·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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