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과 중국의 제26회 선전 유니버시아드 남자 축구 A조예선 세번째 경기가 열린 16일 선전 스타디움.
김종필 남자 대학선발 감독은 웃었다. "중국이 비기기만 해도 8강에 진출하니 경기 시간을 끌려고 그랬던 것 같다"는 것이 그가 웃은 이유였다.
이날 경기전까지 한국은 승점 6(2승), 중국은 승점 4(1승1무)로 각각 1,2위, 나미비아는 승점 1(1무1패)로 3위였다. 한국은 8강 진출을 확정했지만 중국은 승점 1이라도 추가해야 8강이 확정되는 상황. 중국이 한국에 패하고 나미비아가 콜롬비아에 대승을 거두면 나미비아에게 8강행 티켓을 뺏길 판이었다.
김 감독은 "1차전(콜롬비아)과 2차전(나미비아)에서는 볼보이들이 여분의 공을 가지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8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도 8강전에 대비하기 위해 주전선수들을 모두 뺀 채 경기를 했다. 그렇다보니 경기는 긴장감 없이 진행됐고 후반 중반부터는 아예 비기기로 작정을 한 듯 중국이 수비진영에서 볼을 돌렸다. 한국도 후반 35분부터 이에 동참했다. 결국 경기는 중국의 의도대로 0대0 무승부로 끝났다.
경기장을 꽉 매운 3만여명의 중국 관중들은 "'찐이거(한 골 넣어)"라고 소리치며 야유를 보냈고 1000여명의 한국 관중 역시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8강전에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사실 같은 시각 열린 D조 경기에서 후반 35분, 일본이 영국을 상대로 한 골을 넣었다. 일본(D조 1위)이 이기면 한국이 8강에서 영국(D조 2위)과 대결하게 되는데 8강 상대로 영국이 되길 바랐다"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소집훈련을 한 일본보다는 영국의 전력이 더 약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8강 상대를 고르기 위한 한국과 8강 진출을 위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생긴 한편의 촌극이었다. 하지만 경기장을 찾은 만원 관중들은 실망감만 안고 경기장을 나서야만 했다.
선전(중국)=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