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성남-울산전. 성남 외국인 선수 에벨톤(가운데)이 울산 최재수와 김신욱(오른쪽부터) 사이를 뚫고 돌파하고 있다. 성남=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K-리그 16개 전 구단의 1차 목표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다. 자존심의 커트라인이라고 할 수 있는 6강에 들려면 두 말 할 필요없이 약팀을 확실히 잡고, 상위권 팀을 상대로 선전해야 한다. 그런데 후반기 도약을 노리고 있는 울산 현대는 역주행을 하고 있다.
설기현 김신욱 고창현 이 호 곽태휘 강민수 이재성 에스티벤 등 선수 면면을 보면 울산은 리그 최상위권 전력인데,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특히 상위권 팀들에게 맥을 추지 못했다. 15일 현재 정규리그 6위 안에 든 팀을 상대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전북 현대와 FC서울에 1무1패를 기록했고, 포항 스틸러스, 부산 아이파크, 제주 유나이티드, 수원 삼성에 각각 1패를 당했다. 그나마 7위로 밀린 전남 드래곤즈에 2승을 거둔 게 눈에 띄는 정도다.
김호곤 울산 감독이 침통한 표정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성남=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울산은 상반기 수비력에 비해 득점력이 떨어져 고전했다. 공격력 강화를 위해 지난달 경남FC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루시오를 영입했다. 득점력만 향상되면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2주간의 올스타 브레이크를 거쳐 8월 열린 2경기에서 승점을 챙기지 못했다. 6일 서울전에서 1대2로 패한데 이어, 14일 성남 일화에 2대3으로 졌다. 2경기에서 5실점. 특히 14위 성남전 3실점이 충격적이다. 3실점은 올시즌 올산의 정규리그 최다 실점기록이다. 곽태휘와 강민수 이재성 등 국가대표 출신 수비수로 짜여진 울산 수비라인은 K-리그 16개 팀 중 가장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믿었던 수비진마저 무너진 것이다.
반드시 잡아야할 성남전에서 패하면서 울산은 8위 경남에 승점 3을 뒤진 9위(승점 28·8승4무9패)다. 시-도민구단보다 재정형편이 좋은 기업구단 중 취하위다. 비록 리그컵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지만 정규리그 상위권 팀들이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던 대회다.
성남 외국인 선수 에벨톤이 두번째 골을 성공시킨 뒤 신태용 감독을 번쩍 안아 올리고 있다. 성남=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1.08.14
김호곤 울산 감독은 성남전 전반 28분 윙백 강진욱, 전반이 끝난 뒤 설기현을 뺐다. 정규리그 21경기 전 게임에 뛴 설기현이 하프타임에 교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반 28분 그라운드에 나선 고창현은 후반 33분 다시 교체됐다. 김 감독은 측면 수비에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는데, 결과적으로 용병술에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신태용 성남 감독은 "이전 경기(5월 22일 성남 2대3 패)에서 설기현이 굉장히 좋은 활약을 철저하게 대비했다"고 말했다.
상대는 꼼꼼히 준비하고 경기에 임했는데 울산은 그렇지 못한 것이다.
한 K-리그 감독은 "선수 구성과 선수 층을 보면 울산은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가능하다. 올시즌 울산은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응집력이 있는 팀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강팀에 약하고, 약팀에도 힘을 쓰지 못하면서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야기하는 것은 넌센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