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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수원, 염기훈이 먹여 살렸다

박재호 기자

기사입력 2011-08-14 15:19 | 최종수정 2011-08-14 15:19


◇수원 염기훈. 스포츠조선 DB


위기의 수원이 살아나고 있다. 지난주 대전에 4대0으로 이긴 뒤 13일 경남을 2대0으로 꺾었다. 올시즌 원정에 유난히 약했던 수원이어서 경남 원정은 걱정이었다. 수원은 이날 경기전까지 홈에선 7승3패, 원정에서는 3승1무7패를 기록하고 있었다. 또 경남에는 4연패 중이어서 상대전적도 부담이었다. 시즌은 종반으로 치닫고 고민이 쌓여갈 때쯤 해결사가 등장했다.

주장 염기훈(28)이다. 이날 염기훈은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대전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한 데 이어 2경기에서 공격포인트가 4개다. 시즌 5골-7어시스트(4위)다.

수원은 염기훈을 앞세워 6위까지 점프했다. 윤성효 수원 감독은 "이제는 6강 싸움을 본격적으로 치를 토대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21세기는 '스페셜리스트'의 시대다. 여러 가지를 대충 잘하는 사람보다 한 가지를 똑소리 나게 하는 이가 각광받는다. 염기훈은 왼발을 잘 쓴다. 오른발이 더 완벽한 슈팅 각도여도 왼발로 바꾼 뒤 한방을 날릴 정도다. 대한민국 왼발 키커 계보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윤성효 감독은 "염기훈은 누구보다 성실한 선수다. 고참이지만 솔선수범한다. 또 킥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집착을 가지고 있다. 나는 이런 점이 좋다. 누구보다 킥 연습을 많이 하는 선수"라고 말한다. 수많은 땀이 성공비결이지만 운명을 타고 났다. 염기훈은 왼발 슈팅시 발목 움직임과 발끝의 감각이 대한민국 최고 수준이다. 박주영, 박지성, 기성용 등 양발을 모두 잘 쓰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들의 슈팅은 오른발이 많다. 골키퍼들은 오른발 슈팅에 익숙해 있다. 염기훈이 슈팅 자세를 취하면 당연히 왼발이라 생각을 하고 대처하지만 순간 당황할 수 밖에 없다. 왼발과 오른발 슈팅의 기본적인 매커니즘은 휘어짐과 각도 등에서 모두 정반대다.

이날 염기훈은 프리킥과 코너킥 등 자신의 장점을 100% 살리며 2골을 만들어냈다.

경기중 활약 뿐만 아니라 주장으로서 존재감도 확실하다. 전 주장 최성국이 승부조작 연루로 팀을 떠나 있다. 지난 6월 팀의 새 주장을 맡은 염기훈은 누구보다 부드럽게 선수들을 대하고 있다. 같이 고민하고, 같이 힘들어하는 '수평 리더십'은 동료들에게 무한한 공감을 자아내고 있다. 최근 스테보의 합류와 마르셀의 퇴출 등 수원은 큰 변화를 맞았다. 제주에서 온 박현범이 오자마자 중앙 미드필더로 맹활약할 수 있는 토대도 염기훈이 마련했다.

시즌 막판으로 갈수록 염기훈은 달아오르고 있다. 5월 이후에만 5골-6도움을 더했다. 2006년에는 31경기에서 7골-5도움(공격포인트 12개)가 염기훈의 최고 성적이다. 올시즌에는 19경기만에 자신의 최고 기록에 이미 도달했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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