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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자케로니는 일본을 어떻게 바꿨나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11-08-10 10:34 | 최종수정 2011-08-10 10:38


◇한국과의 평가전을 하루 앞둔 9일 오후 일본 삿포로돔에서 일본 A대표팀이 공식 훈련을 가졌다. 일본 A대표팀의 자케로니 감독이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삿포로=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조광래 A대표팀 감독(57)은 한-일전을 치르기 위해 출국하기 전 "일본 축구는 세계적인 수준에 근접한 상태"라고 평했다.

단순히 상대를 추켜세우는 말이 아니다. 일본은 달라졌다. 베스트11 전원을 해외파로 채울 정도로 성장했다. 지난해 5월 사이타마에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출정식으로 치렀던 한국전에서 0대2의 무기력한 완패를 당했을 때 팬들의 야유를 받았던 모습은 오간데 없이 사라졌다. 불과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남아공월드컵 이후 지휘봉을 잡은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의 공을 부인할 수 없다. 자케로니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16강행으로 자신감을 얻은 일본 축구에 날개를 달았다. 패스 위주 플레이를 하던 일본 선수들에게 파워와 압박을 강조했다. 해외 진출도 적극 장려하면서 선진 축구를 배워오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꼽혔던 나카무라 šœ스케와 다나카 마르쿠스 툴리오, 나카자와 유지가 물러난 빈 자리는 혼다 게이스케, 가가와 신지, 요시다 마야 같은 젊은 해외파들이 채웠다.

자케로니 감독이 일본 사령탑에 취임할 때만 해도 의구심이 끊이지 않았다. 30여년에 달하는 지도자 생활 중 내세울 것이라고는 1998~1999시즌 전성기를 달리던 AC밀란에서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한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후 라치오와 인터 밀란에서 만족스런 성적을 거두지 못했고, 일본행 직전 머물렀던 유벤투스에서는 6개월 만에 잘렸다. 이탈리아 외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 세계 축구의 흐름을 일본에 전파할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지난 3월 일본 동북부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족들이 걱정한다'며 서둘러 출국한 모습도 일본 팬들에게는 실망스럽게 비쳐졌다. 그러나 자케로니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때 만큼은 뚝심있는 모습을 보였다.

자케로니 감독 취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은 거친 플레이도 마다하지 않는 팀이 됐다. 수비에서 공격으로 단숨에 넘어가는 선 굵은 패스도 자주 시도했다. 교과서에 나온대로 예쁘게 볼을 찬다던 모습은 찾기 힘들어졌다. 사이타마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안긴 장본인인 한국에게는 이후 두 차례 맞대결에서 경기 내용면에서는 승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월 카타르아시안컵에서는 아시아에서 파워 축구를 구사한다던 한국과 호주를 연달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일본 언론들은 '한국이 아시아의 맹주라는 말은 옛 일'이라며 우위를 자신하게 됐다.

자케로니 재팬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한-일전에 소집된 해외파 14명은 대부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고 있다. 나머지 선수들도 정교함보다 파워를 강조하는 크로아티아나 네덜란드 잉글랜드 리그에서 뛰고 있다. 자케로니 감독은 이들을 바탕으로 일본을 패스보다 힘을 앞세우는 팀으로 바꿀 것이다. 외국인 지도자의 철학을 스펀지처럼 흡수했던 일본 축구계의 전례를 따져보면 앞으로도 수 년간 비슷한 스타일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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