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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인천전 태풍의 중심에서 축구를 외치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8-07 21:04



8일 K-리그 전남 드래곤즈-인천 유나이티드전이 열린 전남 광양구장은 '바람의 나라'였다. 제주도에서 올라온 태풍 무이파가 전남 지역을 강타했다. 경기 시작 2시간 전부터 광양시 소속 마이크 차량이 시내를 순회하며 "태풍 무이파의 피해가 우려되니 외출을 삼가고 라디오와 TV 방송에 귀를 기울여달라"는 안내방송이 수시로 흘러나왔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면서 바람은 더 거세졌다. 경기 직전 만난 정해성 전남 감독은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경기를 할 걸 그랬다"고 농담했다.


올시즌 갖은 악천후 속에서도 K-리그는 중단된 적이 없다.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전남 골키퍼 이운재가 일찌감치 운동장에 나와 비바람 적응 훈련을 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오후 7시 정각 태풍의 중심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코너킥은 초속 15m의 강풍에 따라 휘어졌고,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프리킥 시점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목격됐다. 바람의 저항으로 정상적인 골킥도 이뤄지지 않았다. 양팀 골키퍼들은 페널티지역 바깥까지 나와 킥을 했다.

이운재의 골킥이 강풍 탓에 페널티지역을 살짝 벗어나 떨어지는 아찔한 광경도 펼쳐졌다. 밟을 때마다 물이 발목까지 차오르는 그라운드에선 선수들의 몸개그가 작렬했다. 패스는 어이없이 상대편 발 앞에 정확하게 떨어졌고 그라운드 곳곳에선 코미디같은 슬라이딩이 난무했다.

'백전노장' 정 감독의 말대로 정상적인 경기보다는 선수들의 '집중력'이 관건이 됐다. 태풍을 뚫고 경기장을 찾은 열혈 축구팬들의 모습도 눈길을 끌었다. 원정 응원 온 50여명의 인천 서포터스는 아예 웃통을 벗어던졌다. 상체를 드러내고 비바람을 맞으며 격정적인 응원을 했다.

90분 내내 비바람과 사투를 벌인 양팀은 0대0으로 비겼다. 인천은 지난 6월 11일 전남전 이후 7무1패, 기나긴 무승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했다. 전남 역시 승점 1점을 보태는 데 그쳤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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