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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홈경기에 가면 언제나 500~2000여명의 해병대가 있다. 이들은 스틸야드 본부석 맞은편 2층에서 열렬한 응원과 함께 군가 '팔각모 사나이'를 부르며 분위기를 띄운다. 오랜 병영 생활에 지친 해병대에게 포항 축구는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활력소다.
군복무를 마쳐가던 2008년 말년 휴가를 나온 김원일은 숭실대 연습장으로 향했다. 윤성효 감독이 있었다. 윤 감독 아래에서 다시 훈련에 매진했다. 재기에 성공한 2009년 겨울 열린 2010년 K-리그 드래프트에서 다시 포항과 인연을 맺었다. 포항이 김원일을 지명했다. 해병대로 구경갔던 스틸야드를 선수로 서게 됐다.
김원일은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모두 설 수 있다. 2010년에는 13경기에 나왔다. 올 시즌에는 더욱 발전했다. 벌써 16경기에 나왔다. 3월 16일 성남과의 컵대회에서는 김태수의 추가골을 도우며 프로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빠른 스피드와 영리한 수비력으로 부동의 주전 김형일을 위협하고 있다. 6일 부산과의 K-리그 20라운드에서 김형일을 밀어내고 중앙수비수로 선발출전했다. 김원일은 경기 시작 전 해병대를 향해 거수경례를 하며 출전을 신고했다. 전반 38분 자신들의 페널티에어리어 안에서 미끄러지는 실수로 임상협이 기록한 추격골의 빌미를 제공하기는 했지만 그 외에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풀타임을 소화한 김원일은 팀의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김원일을 자신을 응원해준 해병대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해병대도 김원일을 바라보며 열렬한 환호로 그의 승리를 축하했다. 해병대로 하나되는 순간이었다.
포항=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