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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도연, 코뼈 부러뜨린 말리선수와 화해 '인증샷'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8-04 07:01


◇황도연은 귀국 직전 호텔 앞에서 우연히 말리선수 칼리파 쿨리발리를 마주쳤다. 이 선수와의 충돌로 코뼈 가 골절됐고 눈물의 귀국길에 오르게 됐지만 쿨리발리의 진심어린 사과를 황도연은 쿨하게 받아들였다. 함께 휴대폰으로 인증샷을 찍으며 친구가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말리전 전반 20분, 문전에 있던 1m97의 장신 공격수 칼리파 쿨리발리(20)에게 고공 패스가 연결되려던 위험천만한 순간. 1m83의 한국의 중앙수비수 황도연(20·전남)은 쿨리발리보다 더 높이 뛰어올랐다. 가공할 서전트 점프였다. 내려오는 과정에서 쿨리발리와 충돌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부상을 예감한 황도연은 코를 감싸쥐었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코뼈와 안면 연골이 부러진 중상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더 뛰겠다"며 벤치를 향해 연신 동그라미를 그려보였고, 라커룸에서 "더 뛰고 싶다"고 눈물을 쏟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황도연은 2일 밤 눈물의 귀국길에 올랐다.

코에 붕대를 동여맨 황도연은 공항으로 향하기 직전, 우연히 숙소 앞에서 산책중이던 말리의 쿨리발리와 마주쳤다. 황도연은 쿨리발리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너 때문에 다쳐서 지금 한국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쿨리발리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 '아임 쏘리(I'm sorry)'라고 계속 사과하는데 더는 뭐라 할 수가 없더라"고 했다. 황도연은 쿨리발리의 진심어린 사과를 쿨하게 받아들였다. 그라운드 악연은 우정이 됐다. 친구가 된 스무살 동갑내기 두 선수는 호텔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기념사진을 남겼다.

3일 서울 신촌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앞두고 TV로 프랑스전을 지켜봤다는 황도연은 "기분이 이상하다. 여전히 콜롬비아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시간쯤이면 밥 먹겠구나, 지금쯤이면 치료실에 있겠구나" 황도연의 시계는 여전히 콜롬비아에 맞춰져 있다. 떠나온 이도, 보내는 이도 아쉬움이 깊었다. 배웅하는 동료들의 표정이 너무 심란해서 "내가 죽으러 가냐?"고 농담했다. 골 세리머니로 야심차게 준비한 '황도연표 막춤'을 춰대자 그제서야 동료들의 얼굴에 웃음이 돌았다. "프랑스전, 콜롬비아전에서 골을 넣으면 한국에서 내가 이 춤을 추겠다"고 약속했다.

'절친' 황도연 몫까지 뛰겠다던 전남유스 동기 김영욱(20·전남)은 프랑스전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넣었다. 경기 직전 미니홈피에 "도연아, 믿는다는 말 지킬게"라는 글로 선전을 다짐했다. 황도연은 경기 직후 "지킬 줄 알았어. 축하한다"는 믿음의 댓글로 화답했다. 황도연은 자신의 자리에 선 센터백 후배 김진수(19·경희대)의 마음고생을 염려했다. 후반 36분 포파나의 중거리슛이 김진수의 머리를 맞고 굴절되며 들어갔다. 이 골은 프랑스의 결승골이 됐다. "진수가 참 잘했는데 운이 없었다. 경기 끝나자마자 문자가 왔더라. 자책할 필요 없다. 빨리 잊어야 한다. 콜롬비아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며 같한 애정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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