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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말리전 전반 20분, 문전에 있던 1m97의 장신 공격수 칼리파 쿨리발리(20)에게 고공 패스가 연결되려던 위험천만한 순간. 1m83의 한국의 중앙수비수 황도연(20·전남)은 쿨리발리보다 더 높이 뛰어올랐다. 가공할 서전트 점프였다. 내려오는 과정에서 쿨리발리와 충돌이 있었다. 본능적으로 부상을 예감한 황도연은 코를 감싸쥐었다. 피가 뚝뚝 떨어졌다. 코뼈와 안면 연골이 부러진 중상이었다. 그라운드에서 "더 뛰겠다"며 벤치를 향해 연신 동그라미를 그려보였고, 라커룸에서 "더 뛰고 싶다"고 눈물을 쏟았지만 더 이상은 무리였다. 황도연은 2일 밤 눈물의 귀국길에 올랐다.
'절친' 황도연 몫까지 뛰겠다던 전남유스 동기 김영욱(20·전남)은 프랑스전에서 환상적인 프리킥 골을 넣었다. 경기 직전 미니홈피에 "도연아, 믿는다는 말 지킬게"라는 글로 선전을 다짐했다. 황도연은 경기 직후 "지킬 줄 알았어. 축하한다"는 믿음의 댓글로 화답했다. 황도연은 자신의 자리에 선 센터백 후배 김진수(19·경희대)의 마음고생을 염려했다. 후반 36분 포파나의 중거리슛이 김진수의 머리를 맞고 굴절되며 들어갔다. 이 골은 프랑스의 결승골이 됐다. "진수가 참 잘했는데 운이 없었다. 경기 끝나자마자 문자가 왔더라. 자책할 필요 없다. 빨리 잊어야 한다. 콜롬비아전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며 같한 애정을 표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