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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전사들 절반이 처음엔 조광래의 X-파일을 버렸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8-02 10:52 | 최종수정 2011-08-02 10:52


◇조광래 A대표팀 감독.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취임 1년을 무탈하게 넘긴 조광래 A대표팀이 가장 흡족하게 생각하는게 달라진 선수들의 눈빛이다. 처음 조광래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선수들을 불러 모았던 2010년 8월. 일부 선수들은 조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를 '만화축구'라고 했다. 선수들을 소집할 때마다 조 감독은 선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에 이런 훈련을 할 것이라는 내용을 적은 페이퍼(일명 조광래 X-파일)를 모든 선수들에게 나눠주었다.

선수들이 보인 반응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소집 해제하고 들어가 본 선수들의 방에는 심혈을 기울인 X-파일이 버려져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대표팀 관계자에 따르면 소집 선수의 약 50%가 X-파일을 가져가지 않고 버렸다. 출범 초기만 해도 그 정도로 선수들은 조 감독의 축구를 불신했다.

1년 만에 상황은 급반전했다. 1월 카타르아시안컵이 계기가 됐다. 조 감독과 태극전사들이 장시간 합숙을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조광래식 바르샤 축구'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다. 조 감독은 유럽 최강 FC바르셀로나 처럼 많은 패스 연결을 통한 빠른 축구를 목표로 잡았다. 선수들 입에서 '재미있는 축구'라는 얘기가 나온 시점이다.

선수들의 달라진 마음가짐은 X-파일을 대하는 자세까지 변화시켰다. 이제는 버려지는 X-파일을 찾을 수가 없다. 선수들은 조 감독의 축구가 고스란히 담긴 X-파일을 소집 해제 때 챙겨서 갖고 소속팀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걸 읽어보고 다음 소집에 임한다.

조 감독은 "X-파일에 완전히 새로운 걸 담지는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패스 연결을 기반으로 한 재미있고 빠른 축구를 매번 적어서 나눠준다. 내 훈련에 단 시간에 몰입하자는 취지다"고 말했다.

일부 K-리그 구단에선 조 감독이 대표선수들에게 뭘 가르치는지 몹시 궁금해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갖고 나오는 X-파일을 매번 면밀히 살피는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 팀이 모범이 되는 A대표팀의 훈련방법과 플레이 스타일을 벤치마킹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조 감독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자료를 요청하는 것도 괜찮다.

조 감독은 10일 삿포로에서 일본 A대표팀과 친선경기를 갖는다. 이번에도 선수들에게 나눠줄 X-파일을 준비 중이다. 측면 미드필더 이청용(볼턴)의 부상으로 머리가 더욱 복잡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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