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스트 박지성' 김보경(22·세레소 오사카)의 첫 번째 유럽진출 조건은 '많이 뛸 수 있는 팀'이었다.
그래서 처음 이적을 고려했던 무대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가 아니었다. 네덜란드, 프랑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리그)였다. EPL에 입성하기 전 유럽 축구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전 단계를 거치길 원했다. 롤모델 박지성(30·맨유)의 성공기를 따르려고 했다.
김보경은 '아시아축구의 아이콘'으로 성장한 박지성과 닮은 점이 많다. 박지성의 성공 뒤에는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함이 뒷받침됐다. 김보경도 그렇다. 훈련이 끝나면 곧장 집으로 와서 다음 훈련을 준비한다. 축구밖에 모른다. 머릿 속에는 온통 축구 생각으로 가득하다.
평소 성격은 온순하지만 그라운드에만 서면 성난 사자로 변한다. 승부욕은 어느 선수보다도 강하다. 지기를 싫어하는 성격이다. 지난해 세레소 유니폼을 입었지만 골키퍼 김진현 등 외국인선수 쿼터가 모두 차는 바람에 황보관 전 FC서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오이타 트리니타로 임대됐다. 27경기에서 8골을 터뜨렸다. 올해는 4골을 터뜨리며 구라타(5골)에 이어 팀 내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팀 내 핵심 공격수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부분이 김보경을 춤추게 하고 있다. 김보경의 부친 김상호씨는 올해 초 숙박업을 그만두고 김보경의 뒷바라지에 전념하고 있다. 박지성의 부친 박성종씨와 최근 선덜랜드로 이적한 지동원의 부친 지중식씨처럼 아들의 성공을 위해 '사커대디'로 변신했다. 김보경에게 낯선 일본에서 부모님이 곁에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