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유가 바르샤를 이기는 방법을 배웠을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07-31 13:03


◇맨유 퍼거슨 감독. 스포츠조선DB

맨유는 무척 이기고 싶었다. FC바르셀로나(스페인)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맨유는 전략을 다르게 갖고 나갔다. 두 달 만에 맨유가 바르셀로나를 대하는 자세가 바뀌었다. '선 수비, 후 역습'이었다. 지난 번 처럼 똑같이 공격적으로 맞불을 놨다가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경기 내용은 예상대로 였다. 짧은 패스를 많이 연결하는 바르셀로나가 볼점유율을 높게 가져갔다. 미국 ESPN사커넷 집계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의 볼점유율은 69%로 맨유(31%)를 압도했다. 슈팅도 바르셀로나는 11(유효슈팅 4개), 맨유는 6개(유효슈팅 3개)였다. 그런데 스코어는 2대1 맨유 승리였다. 맨유는 '친선경기 같지 않았던 친선경기'에서 바르셀로나를 꺾었다. 31일(한국시각) 미국 워싱턴DC 페덱스필드에서 벌어진 월드풋볼챌린지에서 맨유가 나니의 선제골과 오언의 결승골로 이겼다. 두 달 전 런던 웸블리스타디움에서 당했던 수모를 조금이나마 씻어주었다. 당시 맨유는 2010~2011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바르셀로나에 졸전 끝에 1대3으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일단 친선경기였다는 걸 감안하자. 맨유는 박지성(후보명단) 에르난데스(부상) 발렌시아(휴가) 등이 출전하지 않았다. 바르셀로나에서도 메시, 마스체라노, 다니 알베스, 푸욜, 피케 등이 결장했다. 두 팀 모두 베스트 전력간의 충돌은 아니었다.

두 팀은 선발 멤버와 신예들을 적절히 섞어 선발 출격시켰다. 맨유는 루니, 웰벡, 나니, 영, 안데르손, 클리벌리, 에브라, 비디치, 에반스, 데헤아 등을 선발로 내세웠다. 반면 바르셀로나는 비야, 아펠라이, 페드로, 케이타, 알칸타라, 이니에스타, 아비달, 부스케스, 발데스 등을 내세웠다.

두 팀은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달랐다. 친선경기였지만 몸싸움과 압박이 타이틀이 걸린 경기 이상이었다. 태클이 깊게 들어갔다. 선발로 나갔던 맨유 하파엘과 바르셀로나 아펠라이가 경기 도중 부상으로 아웃될 정도였다. 맨유는 미드필더 라인을 수비 쪽으로 내려 수비벽을 두텁게 쌓았다. 바르셀로나는 최전방부터 강하게 압박을 해왔다.

바르셀로나가 두터운 맨유 수비라인을 계속 두들겼다. 맨유는 기다렸다. 바르셀로나가 공격 과정에서 실수하는 틈을 이용했다. 그게 적중했다. 맨유는 전반 22분과 후반 31분 역습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선제골은 나니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웰벡의 스루패스를 받아 성공시켰다. 오언의 결승골은 클리벌리가 바르셀로나의 패스를 차단해 오언에게 밀어줘서 나왔다. 맨유 선수들의 집중력과 골결정력은 매우 좋았다. 경기 내용 면에서 계속 끌려갔지만 효과적으로 바르셀로나를 무너트렸다. 바르셀로나는 공격의 핵 메시와 중원사령관 사비가 빠진 공백이 컸다. 두 해결사가 없자 바르셀로나는 마무리 능력이 떨어졌고, 중원에서 이니에스타 혼자의 힘으로는 정교함이 떨어졌다.

퍼거슨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이 경기 결과의 의미를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힘들다. 양 팀은 선수들을 많이 교체했다"면서 "하지만 바르셀로나를 이겨서 기쁘다. 좋은 분위기를 갖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맨유의 이번 승리의 소득은 두 달 전 챔피언스리그에서 당한 악몽에서 조금 벗어났다는 것이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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