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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을 앞둔 일본이 내놓은 새로운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하베나르는 특이한 이력을 자랑한다. 1985년 일본으로 건너온 부친 디르크 하베나르는 축구 선수로 일본실업리그 마츠다FC(현 산프레체 히로시마)에서 활약했다. 1993년에는 한스 오프트 감독이 이끌던 일본 대표팀 코치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베나르는 부친이 선수생활을 하던 198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하베나르의 모친은 육상 선수 출신으로 네덜란드 국내 7종경기 우승 경력이 있다. 축구 선수인 부친의 피를 물려받은 하베나르의 형도 나고야 그램퍼스 유스팀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이들 가족은 지난 1993년 12월 귀화신청을 해 정식으로 일본 국적을 갖게 됐다.
하베나르는 일본 대표팀을 물러난 부친이 재직하던 콘사도레 삿포로의 유스팀에서 축구인생을 시작했고, 2006년 요코하마 F.마리노스를 통해 프로로 데뷔했다. 지난해 고후로 이적한 뒤 리그 31경기에서 20골을 넣으며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베나르가 A대표팀에 최종 선발되면, 라모스와 로페스, 알렉스에 이은 일본의 4번째 비아시아권 귀화 대표 선수가 된다. 앞선 3명의 선수가 공격수였던 반면, 하베나르는 정통 공격수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J-리그를 통해 드러난 하베나르의 경기력은 분명 3차예선에 나설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에게 위협을 줄 만하다. 그동안 일본은 최전방보다 2선 공격수의 성격이 강했던 혼다 게이스케(CSKA모스크바)와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에 의존한 경기를 펼쳐왔다. 하지만, 하베나르가 가세할 경우 역할분담이 가능해지면서 시너지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팀들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탁월한 신체조건과 제공권 장악 능력도 위협적이다.
그러나 아기자기한 일본 축구에 길들여진 하베나르가 한국전에서도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파워가 강점인 한국 수비진은 J-리그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가시마 앤틀러스와 주빌로 이와타에서 활약했던 이정수(알 사드) 박주호(바젤)과 오미야 아르디자에서 활약 중인 김영권 등 J-리그 공격수들의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들도 많다. 한국축구 특유의 압박을 이겨내는 것도 과제다. 일본은 하베나르가 오랜 고민거리인 최전방 공격수 문제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가 실현되기 위해서는 한국을 넘어야 한다.
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