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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승부조작 첫 공판, 57명 한 법정에 서다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7-28 19:21


프로축구 승부조작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성국이 28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을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창원=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재판장)직업은 무엇입니까?", "(최성국)직업이 없습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불구속 기소된 최성국(28·수원)이 이같이 답했다. 법정에 선 43명 전·현직 프로축구 선수는 모두 재판장의 같은 신문에 "네"라고 짧게 답했다. 평생을 축구만 보고 살아왔던 이들이 직업도 잃은 채 창원지방법원(이하 창원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프로축구 승부조작에 연루된 전·현직 선수 43명과 전주 및 브로커 14명 등 57명에 대한 공판이 27일 오후 2시 창원지법 315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지난해 K-리그 정규리그 13경기와 컵대회 2경기, 올해 컵대회 2경기에서 승부조작을 한 혐의다. 불구속된 선수들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법정에 섰다. 구속된 선수들은 유니폼 대신 하늘색과 살구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들어섰다. 57명이 한 법정에 선 진풍경이 연출된 순간이다. 박진수 창원지법 공보판사는 "창원지법에서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 법정에 서는 것은 처음이다"고 했고 법정에 들어선 한 변호사도 "이런 재판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재판이 열린 315호는 창원지법에서 가장 큰 법정이지만 이날 출석한 피고인 수는 수용 규모 이상이었다. 구속된 피고인 24명과 불구속 피고인 33명, 변호인만해도 35명이다. 피고인 가족과 축구계 관계자, 취재진을 포함해 150명이 훌쩍 넘었다. 법정 재배치가 불가피했다. 창원지법은 검사석과 변호인석을 법대(판사석) 쪽으로 바짝 당기고 방청석과 사이에 생긴 공간에 피고인석을 따로 마련했다. 일부 변호인은 좌석이 없어 방청석에 앉아 피고를 변호하는 웃지못할 일도 발생했다. 315호 법정은 빈 공간이 없을 만큼 꽉찼다. 제4형사부(재판장 김경환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은 피고인이 대규모인 탓에 2시간 30분을 훌쩍 넘겼다.

검은 정장 차림으로 출석한 최성국은 공판 내내 고개를 떨궜지만 재판장의 신문에는 "(공소 내용을)인정합니다. 하지만 4000만원을 받은 경기에서는 협박에 따라 어쩔수 없이 하게됐습니다"라며 공소내용을 일부 부인했다. 최성국은 '승부조작 제의를 받고 김동현을 브로커에게 소개, 상무 선수들과 함께 승부조작 두 경기에 나선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가담한 성남-상무전(2010년 6월 2일· 1대1 무)은 승부조작에 실패했다. 이에 4일 뒤 4000만원을 교부, 울산-상무전(2대0 울산 승) 승부조작에 성공했다. 최성국을 비롯해 12명(브로커 및 전주 제외)이 공소내용을 부인했다. 불구속된 피고인 A는 "돈을 받았는데 승부조작에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내가 집안 사정이 어려우니깐 그냥 주는 돈인 줄 알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편, 승부조작을 수사 중인 배문기 창원지검 특수부 검사는 "다음 공판에서 10명 이하의 피고인이 추가 기소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창원지검은 지난 7일 2차 수사결과 발표에서 인천 경남 제주 구단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1차 공판에 출석한 브로커와 선수 3명이 이 사건과 관련됐다는 창원지검의 발표를 감안한다면 추가로 기소될 전·현직 선수는 5~6명 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2차 공판은 8월 19일에 열린다. 창원=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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