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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데얀의 생일 축포, 황새의 화끈한 설욕

김성원 기자

기사입력 2011-07-27 22:08


◇FA컵 8강전 FC서울과 포항스틸러스의 경기가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펼쳐졌다. 노병준이 연장 골을 성공시키고 환호하고 있다. 포항=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

소문난 잔치 먹을 것도 많았다. 황선홍 포항 감독의 설욕전은 화려했다. 빛이 바랬지만 서른 잔치도 화끈했다.

승패를 떠나 120분간의 혈투는 축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게 한 무대였다. 포항이 27일 포항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1년 하나은행 FA컵 8강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FC서울을 4대2로 물리쳤다.

포항의 라커룸은 비장했다. 전술 메모판에 쓰여진 황 감독의 자필 메모가 눈에 띄었다. '공격수 데얀은 1명이 묶고 있고 몰리나는 근접할 것, 3명이 커뮤니케이션.'

황 감독은 올시즌 처음으로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었다. 김형일 김광석 김원일이 스리백에 포진했다. 측면 미드필더에는 김대호 신광훈이 섰다. 김대호와 신광훈은 수세시 수비라인에 가담, 5백을 형성했다. 데얀을 봉쇄하기 위해서다. 황 감독은 "데얀의 컨디션이 워낙 좋아 전술적으로 변화를 줬다. 스리백은 올시즌 처음이다. 로테이션으로 데얀을 집중 마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반 황 감독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데얀과 몰리나를 철저하게 봉쇄했다. 전반 32분 아사모아가 선제골까지 터트리며 발걸음이 한결 가벼웠다.

하지만 서울에는 데얀과 몰리나가 있었다. 이날 데얀은 서른 번째 귀빠진 날이었다. 후반 7분 골문을 열었다. 몰리나의 코너킥을 헤딩으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K-리그를 포함 최근 6경기 연속골(9골)이었다.

장군멍군은 한 차례 더 이어졌다. 후반 20분 모따가 프리킥으로 골망을 흔들자 9분 뒤 몰리나가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황 감독이 데얀과 몰리나를 집중 마크하려고 했으나 둘다 골을 터트렸다. 2-2. 후반 45분 종료 휘슬이 울렸다. 승부는 서울로 기우는 듯 했지만 포항에는 특급 조커 노병준이 있었다. 후반 10분 투입된 그는 연장전에서 폭발했다. 연장 전반 9분과 후반 3분 결승골에 이어 쐐기골을 작렬시켰다. 황 감독은 최용수 FC서울 감독대행과의 '뉴 라이벌'전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두 차례의 만남에서 1무1패였다. 이날 1승을 추가하며 동률을 기록했다.

FA컵 3연패를 노리는 수원은 전남에 1대0으로 신승했다. 전반 25분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스테보가 밀어준 볼을 이용래가 왼발 중거리슛으로 연결, 선제 결승골을 뽑았다. 올시즌 정규리그에서 전남과 두차례 맞붙어 1대2, 1대3으로 졌는데 FA컵 결과는 정반대다. 수원은 후반 19분 최성환이 퇴장당해 숫적 열세에 놓였지만 막판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FA컵 13연승으로 최다연승 신기록을 또다시 경신했다. 성남은 경기 종료 직전 라돈치치의 결승골을 앞세워 부산을 2대1로 물리쳤다. 울산은 해트트릭을 작성한 고슬기의 원맨쇼에 힘입어 약체 강원을 3대0으로 완파, 4강에 올랐다.

4강전은 다음달 21일 열린다.
수원=박재호·포항=김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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