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이 이영진 앞에서 작아지는 이유

황선홍 포항 감독. 스포츠조선 DB

황선홍 포항 감독(43)에게는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한 명 있다. 이영진 대구 감독(48)이다. 스타 출신 감독으로 포항을 선두권으로 이끌고 있는 황 감독이지만 이상하게 이 감독 앞에서만 서면 한도없이 작아진다.

황 감독은 이 감독과의 맞대결에서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 부산을 지휘하던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이 감독이 대구를 맡은 뒤 황 감독은 3연패했다. 올시즌 포항으로 옮겼으나 대구전에만큼은 죽을 썼다. 23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11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19라운드에서 1대1로 비긴 것까지 포함해 2무 1패에 그쳤다. 합계를 내면 2무 4패다. '이영진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럴까. 팀의 경기력 차이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경기력이 더 좋은 쪽이 더 좋지 않은 결과를 얻었다는 사실이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황 감독이 이끌었던 부산이나 현재의 포항이 앞선다. 하지만 이것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산이나 포항에게 이 감독의 대구는 '이겨도 본전'인 팀이다. 만약에 지면 큰 타격이다. 때문에 조금만 경기가 안풀려도 선수들은 조급해질 수 밖에 없다. 이 감독은 "경기 후반에 갈수록 황 감독이 이끄는 팀 선수들은 조급해 하는 것이 눈에 보이더라. 그러니 플레이가 잘 안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 팀이 만나는 시점도 미묘했다. 2010년은 부산이 FA컵에 집중하던 시기였다. 대구와의 경기는 주로 주중 FA컵 전후에 많이 배치됐다. 자연스럽게 황 감독으로서는 100% 전력을 출전시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다. 4월 20일 첫 맞대결이던 컵대회 3라운드는 제주전이 끝난 뒤 4일만의 대결이었다. 그 이후 펼쳐진 두번의 대결 역시 시기가 좋지 않았다. 특히 23일은 포항이 서울과의 경기에서 1대2로 지는 등 하락세에 접어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작 황 감독은 그리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황 감독은 "시즌을 하다보면 다양한 일들이 많이 생긴다. 이영진 감독에게 크게 약한 것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지금은 27일 홈에서 열리는 서울과의 FA컵 8강전을 준비할 차례다"고 말했다.
이 건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