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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오리 설기현, 백조가 되어 날았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1-07-13 20:52


전반 인저리타임에 골을 터트린 울산 설기현이 환호하고 있다. 울산=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꾸준히 경기에 내보냈으나 결과는 시원찮고, 그렇다고 안쓸수도 없는 상황. 올시즌 설기현(32)을 바라보는 김호곤 울산 현대 감독의 마음이 딱 그랬다. 지난 2월 포항 스틸러스 소속이던 설기현은 전격 영입했을 때만해도 골을 펑펑 터트려줄 거라고 믿었다. 벨기에 리그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 아니던가.

지난해 포항에서 다소 부진(16경기 출전 7골)했으나 K-리그 첫 해 적응기라고 생각했다. 그런 설기현에게 울산은 팀 내 최고연봉을 안겼다. 하지만 설기현은 이런 기대를 깨끗이 저버렸다.

13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 아이파크와의 2011년 러시앤캐시컵 결승전 전까지 23경기에 출전해 2골(정규리그 1골, 리그컵 1골)에 그쳤다. 그런데 2골 모두 필드골이 아닌 페널티킥골이었다. 가장 믿었던 공격수의 부진에 김호곤 감독은 할 말을 잊었다. 대외적으로는 "골이 안터져 아쉽지만 좋은 움직임으로 동료들에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고 칭찬했지만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갔다. 설기현도 면목이 서지 않았다. "찬스 때 조금 더 힘있게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들어가야하는데 힘이 부족한 것 같다"며 고개를 떨구곤 했다. 절친한 선배인 황선홍 포항 감독의 만류를 뿌리치고 울산 유니폼을 입은 설기현이다.

무엇인가 목에 딱 걸린 것 같은 상황. 출구없는 터널에 갇힌 느낌이었다.

그런데 미운오리 신세였던 설기현이 가장 중요한 순간 백조가 되어 훨훨 날았다. 13일 부산전에서 1골1도움을 기록하며 3대2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38분 아크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살짝 내준 공을 고창현이 선제골로 연결했다. 전반 인저리 타임에는 왼발로 부산 골대 왼쪽을 뚫었다. 오랜 가뭄끝에 내린 단비와도 같았다.

김호곤 감독은 주로 스리톱의 왼쪽 측면을 맡았던 설기현을 원톱으로 내세웠다. 최전방에서 미드필드까지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신바람을 내보라는 주문이었다. 설기현은 김호곤 감독의 애타는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부산은 0-3으로 뒤지다 2-3까지 따라붙었으나 뒷심이 부족했다.

한편, 2007년 리그컵 우승 이후 4년 만에 정상에 선 울산은 상금 1억원을 받았다. 울산 공격수 김신욱은 11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울산=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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