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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놀랐다."
10일 수원과의 홈경기에서 3대1 역전승을 거둔 직후 정해성 전남 감독은 '위기에 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의 모습에 감독인 나도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지동원도 없고, 정윤성도 없다. 용병 인디오는 부상중이다. 수원전엔 김명중마저 경고누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팀 주전 공격진이 허물어진 상황에서 놀라운 위기 관리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시즌 전북, 서울, 제주, 수원 등을 잇달아 꺾으며 '강팀 킬러'로서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정 감독의 농담처럼 시종일관 위축되지 않는 플레이로 강팀을 압도했다.
7월 경기를 살펴보면 더욱 극적이다. 2일 대전전에서 0-3 승부를 4대4 무승부로 되돌려놓는 '미친' 뒷심을 발휘했다. 10일 '강호' 수원전에선 전반 종료 직전 스테보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후반 릴레이포로 3대1의 역전극을 일궜다. 15라운드까지 겨우 13득점을 기록하며 리그 최악의 빈공에 시달리던 전남이 7월 2경기에서 7골을 꽂아넣는 괴력을 발휘하고 있다.
총체적 위기 의식은 어린 선수들을 똘똘 뭉치게 했다. 해결사가 없는 와중에 너도나도 해결사를 자청하고 나섰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놀라운 집중력과 끈끈한 응집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동원의 고별식이 열린 수원전에서 전남 유스 출신 동료들이 맹활약했다. '늦깎이 1년차' 신영준이 동점골을, 중앙 미드필더로 깜짝 변신한 윤석영이 시즌 첫골이자 역전골을 터뜨렸다. '광양루니' 이종호의 어시스트를 받은 웨슬리의 쐐기골까지 터졌다. 관중석에서 관전하던 지동원은 절친 선후배들의 활약에 뜨거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정 감독은 "지동원 없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종호는 "동원이형의 공백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전남의 팀 컬러는 혼자서 하는 축구가 아니다. 다른 선수들이 충분히 동원이형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했다.
전남의 위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이종호, 김영욱, 황도연 등 주전 3명이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콜롬비아월드컵을 위해 장도에 오른다. 8월 말, 이들이 돌아올 때까지 선두와 승점 5점차를 유지하며 독하게 버텨내는 것이 단기목표다.
광양=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