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셔니스타' 신태용, 장대비에 울고 웃었다

◇신태용 성남 감독. 스포츠조선DB

신태용 성남 일화 감독(41)은 K-리그의 대표적인 '패셔니스타'다.

단순 정장보다 캐쥬얼한 차림을 선호한다. 긴 퍼머 머리 스타일을 줄곧 유지하고 있다. K-리그 최연소 감독(신진원 대전 감독대행 제외)다운 풋풋함(?)이 느껴진다.

이런 신 감독이 1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가진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2011년 K-리그 17라운드에서는 스타일을 구길 뻔 했다. 경기 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 때문이다. 오후 들어 하늘이 잔뜩 흐렸는데 경기 시작 1시간전을 앞두고는 기어이 장대비가 내린 것이다. 자칫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도 있을만큼 많은 비가 내렸다.

신 감독은 하늘을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모처럼 승리를 위해 여러가지 수를 준비했는데 비 때문에 어그러질 위기에 처했으니 마음이 편할 리 없었다. 깊은 생각에 잠겨있는 신 감독에게 '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옷 다 젖게 생겼다'는 농담을 던졌다. 잠시 취재진을 바라보던 신 감독은 피식 웃으면서 "오늘은 한바탕 (옷을) 적셔야지. 어쩌겠느냐. 우산을 쓰고 나갈 수도 없고 말이야"라며 크게 웃었다.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자 멈추지 않을 것 같던 빗방울이 잦아들었다. 배수시설이 잘 된 탄천종합운동장 그라운드는 물 하나 고인 곳 없이 말끔하게 제 모습을 찾았다. 선선하게 바람도 불어 경기를 보기에는 안성맞춤의 환경으로 바뀌었다. 신 감독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벤치를 박차고 일어나 선수들을 진두지휘 했다. 얌전해진 하늘 탓에 특유의 멋은 지켰다. 일촉즉발의 위기(?)를 넘긴 신 감독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궁금하다.
성남=박상경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