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원하늘숲길트레킹

스포츠조선

'수비수'출신 GK 이윤의, 특별했던 정규리그 데뷔전

하성룡 기자

기사입력 2011-07-10 14:37


골키퍼로 K-리그 데뷔전을 치른 상주 수비수 이윤의. 상암=하성룡 기자

이보다 더 특별한 K-리그 데뷔전이 있을까.

수비수에서 골키퍼로 변신한 상주 이윤의(24)가 특별한 정규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2010년 강원에서 입단한 그는 올시즌을 앞두고 입대해 상주에서 리그컵대회 1경기에 교체 출전한 것이 그의 프로 경력 전부다. 이런 그가 정규리그 데뷔전에서 본업인 수비수가 아닌 골키퍼로 나섰다. 1983년 프로축구가 태동한 이후 필드플레이어가 골키퍼로 선발 출전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상주 골키퍼 4명 중 3명이 승부조작으로 인해 군검찰에 구속 또는 불구속됐고 유일한 골키퍼 권순태(27)는 지난 대구전에서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해 이날 경기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윤의는 골키퍼 주전경쟁에서 지난 대구전에서 페널티킥을 막아낸 공격수 곽철호(25)를 이겼다. 아마추어 시절에도 골키퍼로 나선 적이 없다. 동료들이 페널티킥을 찰때 가끔 골문에 선 것이 그의 골키퍼 경력의 전부다. 비결은 무엇일까. 이윤의는 "점프력이 좋고 스피드가 빠르며 민첩하다며 코칭스태프가 나를 지목하셨다"고 밝혔다.

동료 권순태의 골키퍼 장갑을 빌려 끼고 경기에 나선 골키퍼 이윤의의 성적은? 3실점이다. 상주는 서울의 막강 공격력에 맞서 선전을 펼쳤지만 2대3으로 패했다. 그런데 이윤의는 예상(?)보다는 선전했다. 전반에는 서울의 슈팅을 온 몸으로 막아냈고 공중볼도 높이 뛰어올라 따냈다. 선방쇼를 펼치며 전반을 무실점으로 마쳤다. 물론 실수도 많았다. 골킥은 정확도가 떨어졌으며 측면 크로스에 대응하는 위치 선정능력이 떨어졌다. 골키퍼 규칙에 대한 혼돈도 있었다. 볼을 놨다가 다시 잡아 골대 앞 7m거리에서 간접 프리킥을 내주기도 했다.

후반에는 급격히 무너졌다. 후반 9분 데얀과 문전 침투에 이윤의는 각을 좁히러 나왔지만 머뭇거리다 실점을 내줬다. 두 번째 골은 더 아쉬웠다. 이윤의는 경기 후 "두번째 골만 막았어도…"라며 "그 실점할때 기분은 골키퍼만 안다"고 했다. 이윤의는 후반 20분 데얀이 중거리 슈팅을 막기위해 다이빙했지만 공은 이윤의의 배 아래를 통과해 골문으로 향했다. 다리 사이로 공이 지나가는 것을 일컫는 '알까기'가 아닌 '배까기'였다. 이윤의는 망연자실한듯 그라운드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를 감싸 쥐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경기 내내 파이팅을 외치며 골키퍼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냈다. 경기가 끝난 뒤 서울과 상주 팬들은 모두 그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쳐줬다.

경기 소감 또한 당당했다. "팀을 위해 뛸 수 있어서 영광이다." 각잡힌 자세로 앉아 또박 또박 말했다. '다음 경기에 골키퍼로 나설 수 있겠냐'는 질문에 "군인은 시키면 무엇이든 다 한다"며 군인정신을 강조했다. 하지만 '골키퍼로 제대할 생각 있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이윤의는 경기가 열리는 동안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화제의 인물이 됐다.'잘 생겼다'는 댓글도 있었다. 이를 전해들은 이윤의는 이내 각잡힌 자세를 풀더니 "싱숭생숭하다"며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이날 서울과 상주는 5월 8일 1차전(4대3 서울 승)에 이어 다시 명승부를 연출했다. 팀을 위해 골키퍼로 나선 이윤의의 희생정신이 있었기에 K-리그 또 하나의 명승부가 탄생했다.


상암=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