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 제주 감독 "모처럼 기회줬는데 승부조작을.."

◇서귀포=최문영 기자 [e-mail]

홍정호(22)의 승부조작 연루 소식을 접하고 며칠간 외부와 연락을 끊었던 박경훈 제주 감독이 굳게 닫았던 입을 열었다. 한숨부터 푹푹 쉬었다. "며칠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박 감독은 5일 "(홍)정호가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얘기를 2일 강원전 전날 들었다"면서 "얘기를 들어보니 정호가 승부조작 가담 제의를 받았으나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큰 잘못을 저지른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믿었던 선수가 갑자기 그런 얘기(승부조작)를 털어놓으니 지도자로서 회의가 참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말 충격이었다. 나쁜 지도자는 있어도 나쁜 선수는 없다고 생각해왔다. 지난해 제주가 정규리그 2위에 오를 수 있던 원동력도 선수-지도자간 신뢰라고 봤다. 그런데 이것들이 산산조각난 느낌이었다"고 했다.

박 감독은 이날 오후 선수단을 소집해 미팅을 가졌다. 박 감독은 선수들에게 "(승부조작 의심이 되는 6월 6일 서울전) 당시 그동안 주전 베스트11만 출전시켰다고 생각해 골고루 기회를 주기 위해 일부 비주전들에게 출전 기회를 줬다. 그런데 감독의 마음도 모르고 일부 선수들이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다. 하루 빨리 신뢰를 회복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서울전에서는 홍정호에게 승부조작 가담을 제의한 일부 비주전 선수들이 뛰었고, 제주는 1대5로 대패했다. 박 감독은 "당시 경기가 끝난 뒤 경기 영상을 몇 차례 돌려봤다. 그때만해도 '프로라는 선수들이 어떻게 저런 실수를 할 수가 있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 선수들(홍정호에 승부조작을 제의한)이 그럴 줄은 몰랐다"고 했다. 제주 구단은 지난해 말 해당 선수들을 훈련태도 불량으로 퇴출시켰다.

박 감독은 홍정호가 무혐의 처분을 받더라도 당분간 출전시키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영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