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없는'남궁웅, 부상딛고 꿈을 향해 달린다

◇부상에 울던 남궁웅이 꿈에 그리던 그라운드에 복귀했다. 남궁도(왼쪽)-웅 형제. 스포츠조선DB.

남궁웅(27·성남)은 자칭 '운이 없는 선수'다.

한국축구를 이끌 유망주로 평가받은 적도 있었다. 그러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남들이 잘 다치지 않는 곳만 다치고 남들이 수술 안해본데만 해봤다. 발목부상으로 독일에서만 3번이나 수술했다. 지루한 재활훈련을 반복했다. 새롭게 형(남궁도·29)과 함께 선수생활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성남으로 이적했지만, 3월 5일 포항과의 개막전에서 팔이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다시 4개월간의 재활이 이어졌다.

남궁웅은 마침내 2일 부산과의 원정경기에서 후반 25분 그라운드를 다시 밟았다. 2군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자 신태용 감독이 1군으로 복귀를 지시했다. 20여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시 뛸 수 있는 기쁨이 밀려왔다. 남궁웅은 스포츠조선과의 전화통화에서 "오랜만에 뛰니까 너무 좋더라. 경기에 나서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말했다.

더욱 감회가 새로웠던 것은 형과 함께 호흡했기 때문이다. 동생의 복귀전을 축하하려고 그랬는지 형 남궁도도 3개월만에 정규리그 선발로 나섰다. 남궁도는 페널티킥을 얻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함께 뛴 시간은 15분뿐이었지만, 만족한다고 했다. 남궁웅은 "형이 별 얘기는 안하더라. 그래도 함께 뛰었는데 그것보다 더 좋은게 어디있겠나"라며 좋아했다.

남궁웅은 오른쪽 윙백으로 위치를 옮겼다. 공격수로 활약했던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전성기때처럼 폭발적인 드리블과 스피드를 보여줄 수 없지만, 기회를 준 성남에게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특히 김진용(29)이 강원으로 이적하며 형에 이어 팀내 두번째 고참이 됐다. 젊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돼 15위에 있는 성적이 더 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남궁웅은 이제 대표팀 복귀같은 거창한 꿈을 꾸지는 않는다. 경기에 꾸준히 나서며 형과 함께 뛰는 시간을 늘리고 싶다. 그리고 아내, 딸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은퇴하고 싶은 꿈을 꾼다. 아직 성치않은 몸에도 운동화 끈을 매는 이유다.
박찬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