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 안팎에서 늘 성실하고 진지한 지동원에게는 못말리는 '막춤 본능'이 있다. 의외의 반전이다. 말수 적고 숫기 없을 듯한 '범생' 이미지의 지동원 안에 내재된 무한한 끼와 잠재력을 재발견할 수 있는 단면이다.
6월 11일 인천 원정전은 지동원의 K-리그 고별전이 됐다. 에인트호벤 고위 관계자들이 관전했다던 바로 그 경기다. 이날 지동원은 K-리그 마지막 골이자 팀의 선제골을 넣으며 기세를 올렸다.
골 직후 동료들이 지동원에게 몰려들었다. 밋밋한 자축 세리머니로 끝나나 싶던 순간 지동원이 뭔가 생각난 듯 막춤을 추기 시작했다. 가나전에서 기안(선덜랜드)이 선보인 아프리카 군무같기도 하고, 서태지의 '난 알아요' 같기도 한 지동원표 막춤이었다. 전남의 왼쪽 수비수 이 완이 후배 지동원을 부추긴 게 화근(?)이다. 지동원의 국적불명 막춤을 용병 웨슬리와 방대종 이 완이 따라추면서 코믹한 '막춤 군무 세리머니'가 완성됐다. 사전에 계획된 세리머니가 아닌 만큼 뭔가 살짝 어설프다. 지동원은 "완이 형이 세리머니 해야지라고 해서 생각나는 대로 춤을 췄다. 내가 춤을 추기 시작하니 모두들 얼떨결에 따라췄다"며 하하 웃었다. 전남 유스의 성공 아이콘이 된 '기특한 후배' 지동원의 앞길을 미리 축하하는 찡한 군무가 됐다.
사실 지동원의 '막춤 본능'은 일찌감치 드러났다. 지난해 막내로 입단한 지동원이 시즌 초 팬 미팅 때 선보였던 소방차 댄스 동영상은 뒤늦게 포털 검색어에 오르며 큰 화제가 됐다. 지난 3월 온두라스전직후 국가대표 파주 전훈지까지 잠입(?)한 소녀팬들은 지동원을 향해 난데없이 80년대 댄스그룹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열창했다. 지동원이 소방차의 노래에 맞춰 막춤을 추는 동영상은 소녀팬들 사이에 이미 '레전드'다. 마이크를 던지고 받으며, 권총춤까지 곁들인 댄스에서 지동원은 무아지경에 빠진 듯 열심이다. 유연성과 성실성이 돋보이는 막춤이다. 절친 동료 황도연(20·전남)의 지적대로 '막춤'인데도 진지해 보이는 측면이 없지 않지만 본인은 200%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 의외의 '막춤 본능'이 잉글랜드 무대에 '뻔뻔하게' 적응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