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의 고민, 대대적인 수술할 선수 있나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예선 관문을 통과한 후 뼈아픈 진단을 내렸다.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요르단을 맞아 1, 2차전에서 1승1무(3대1, 1대1)를 기록했다. 과제는 산적했다. 공수 구분없이 조직력은 총체적인 부실이었다. 올림픽대표팀은 25일 귀국했다. 홍 감독은 "최종예선을 2차예선처럼 하면 올림픽에는 절대 못 나간다"고 토로했다.

팀 재편의 출발점은 인적쇄신과 훈련시간 확보다. 홍 감독은 "최종예선을 앞두고 K-리그와 대학 선수들을 두루 살펴보겠다"고 했다.

과연 대대적 수술은 가능할까. 뒷받침할 자원은 있을까. 쉽지 않다. 홍 감독도 잘 알고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 진용과 함께 충분한 훈련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홍 감독은 요르단과의 1차전에 앞서 22명을 소집했다. K-리거 13명, J-리거 3명, 아마추어(대학) 6명이다. 1차전에서 배천석(숭실대)이 깜짝 선발 출전한 것을 제외하고 베스트 11은 프로의 몫이었다.

최종예선에 대비, 한창 시즌 중인 프로선수들을 훈련만을 위해 소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소속팀에서도 그냥 놔 줄리 만무하다.

차선책은 대학선수들을 훈련시켜 새로운 팀을 만드는 것이다. 홍 감독은 4월과 5월 대학 선수들과 함께 두 차례 소집훈련을 실시했다. 대학 무대에서 톱클래스에 있는 선수들이다. 정신줄을 놓은 프로보다 대학선수가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양날의 검이다. 도박일 수 있다. 국제 경기에서 경험은 무시할 수 없다. 대학 선수만으로 한계는 있다.

홍 감독은 2009년 20세 이하 청소년대표 사령탑 때부터 또래 선수들을 검증했다. 자원은 한정돼 있다. 카드도 많지 않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지동원(선덜랜드) 등 유럼파는 최종예선에서 차출할 수 없다. J-리거인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은 여지가 있다. 소속팀에서 차출만 허락하면 합류가 가능하다. 조영철(니가타) 서정진(전북)이 부상에서 탈출하고 부진의 늪에 빠진 이승렬(서울)이 컨디션을 회복하면 또 다른 탈출구가 될 수 있다.

현재 홍명보호에 필요한 것은 대대적인 개편이 아닌 극약처방이다. 홍 감독은 의리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2009년 이집트 청소년월드컵, 지난해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베스트 11으로 중용된 선수는 경쟁없이 쉽게 주전 자리를 꿰찬다. 믿기 때문이다.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분위기 쇄신과 무한경쟁이 필요하다. 영원한 베스트 11은 있을 수 없다. 간판급 선수 2~3명만 교체해도 효과는 볼 수 있다.
김성원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