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환(22·서울)의 발끝에서 동점골이 터졌다.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역전골의 발판을 마련했다.
상암벌에 '아저씨 부대'가 등장했다. "김태환", "김태환"을 연호했다. '아저씨 부대'는 아버지 김웅정씨(50)가 광주에서 이끌고 온 '김태환 후원회'였다. 그는 고향인 빛고을 광주가 인정한 '축구계의 엄친아'였다.
2012년 런던올림픽 아시아지역 2차예선 1차전 요르단과의 홈경기를 김태환을 위한 무대였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히든카드 그를 앞세워 수렁에서 탈출했다. 0-1로 끌려가다 3대1로 역전승하며 최종예선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김태환은 요르단전을 통해 한국 축구의 미래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광주남초등학교 5학년 겨울방학 때 아들이 축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소년 김태환은 전교 부회장이었다. 공부도 곧잘했다. 어머니 채부연씨(49)는 배구선수 출신이다. 운동이 힘든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반대했다. 아들의 장래가 걱정돼 남몰래 점까지 봤다. 공부보다는 예체능에 소질이 있다는 얘기를 들은 후 결국 마음을 돌렸다.
육▶상, 태권도 등을 한 그는 6학년때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북성중을 거쳐 금호고에 입학했다. 윤정환-고종수-고창현 등을 배출한 광주 축구 명문이다. 그는 타고난 천재는 아니었다. 고교 시절 후배에게 주전자리를 내줘 방황도 했다. 슬럼프를 땀으로 극복했다. 그의 별명은 '독종'이다. 지독한 연습벌레로 차근차근 인정받기 시작했다.
K-리그에서도 노력은 통했다. 울산대 2학년 때인 2009년 연말 프로 무대에 노크했다. 드래프트 6순위로 서울에 입단했다. 서울은 선수층이 두텁다. 웬만해선 2군을 탈출할기 힘들다. 그는 한 달 만에 빙가다 감독의 눈에 들었다. 조커로 19경기 출전하며 3도움을 기록했다. 올시즌 또 성장했다. 정규리그에서 10경기를 뛸 만큼 완벽하게 뿌리내렸다.
3월 온두라스와의 평가전 때는 조광래호에도 발탁됐다. 비록 A매치 데뷔 기회는 다음으로 미뤘지만 조광래 감독은 돌파력과 스피드에 높은 점수를 줬다.
홍 감독도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6월 1일 오만과의 평가전에서 그를 뽑았다. 후반 교체투입된 그는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대1 승리를 이끌었다. 서곡이었다. 요르단전에서 대형 사고를 쳤다.
김태환은 홍명보호의 보물이었다. 광주의 '엄친아'였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