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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 승부조작을 수사 중인 창원지검이 4월 2011년 러시앤캐시컵에서 발생한 승부조작은 폭력조직 출신 브로커들이 스포츠복표에서 거액의 배당금을 노리고 선수들을 매수해 저지를 범행으로 결론 내렸다. 검찰은 지난 3일 구속 기소된 브로커 2명 중 폭력조직 출신의 김모씨(27)가 이번 승부조작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했다.
9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창원지검은 "승부조작에 가담하거나 불법베팅을 한 혐의로 현직 프로축구선수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선수를 포함한 관련자 7명을 불구속기소해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모씨 등 전주 2명은 브로커 2명에게 2억8000만원을 건넸다. 이들 브로커는 친분이 있던 김동현(27)을 통해 대전 전 미드필더 박상욱(25)와 자살한 전 전북현대 출신의 정종관(30)을 소개 받았다. 김동현은 이 대가로 수천만원을 브로커들에게 챙겼고 지난 2일 군검찰에 구속됐다.
브로커들은 2011년 러시앤캐시컵 2라운드 대전-포항전이 열리기 이틀전인 4월 4일 박상욱에게 1억2000만원을 건네며 승부조작을 공모했고 박상욱은 2700만원을 챙긴 뒤 같은 팀 선수 7명에게 돈을 건네며 승부조작에 가담시켰다. 이에 검찰은 박상욱에게 각각 1100~4000만원씩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한 동료 신준배(26) 김바우(27) 양정민(25) 등 3명을 구속 기소했으며 1000만원 미만(150만원~600만원)을 받은 나머지 대전 선수 4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들의 진술과 경기장면이 담긴 비디오 분석을 통해 승부조작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전 선수들이 수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거나 공격에 소극적으로 가담했으며 결과적으로 대전에 포항에 0대3으로 패했다"고 밝혔다. 또 이 경기의 승부조작 소식을 미리 전해듣고 제3자를 통해 1000만원을 베팅, 2000만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전 포항 미드필더 김정겸(35)도 불구속 기소 명단에 포함됐다.
브로커들은 다른 한 경기에도 승부조작을 시도했다. 정종관에게 소개받은 광주 전 골키퍼 성경모(31)에 접근했고 4월 4일 1억원을 건넸다. 대전-포항전과 같은날 열린 부산-광주전에서 일부러 져달라는 대가였다. 하지만 부산이 1대0으로 승리한 이 경기에서는 승부조작이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성경모가 부산-광주전에 뛰지 못했고 다른 선수들에게 돈이 전달된 정황이 드러나지 않아 승부조작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성경모는 승부조작을 하지 않았지만 김동현과 정종관에게 소개비 명목으로 건넨 8000만원을 제외한 2000만원을 챙긴 혐의가 인정돼 국민체육진흥법위반 혐의로 9일 구속기소됐다.
브로커들은 2억8000만원에서 선수들에게 2억2000만원을 건넸고 나머지 6000만원을 포함한 1억9000만원을 이 경기에 베팅해 모두 6억2000만원의 배당금을 타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검찰은 브로커들의 돈을 받아 불법베팅을 도와준 복권방 업주들은 영세상인데다 수수료 수입을 챙기기 위한 단순 가담으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번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된 사람은 9일 기소된 12명을 비롯해 브로커 2명, 군검찰에 구속된 김동현(27), 전북현대 출신의 자살한 정종관(30), 기소중지된 폭력조직원 2명 등 총 18명으로 집계됐다.
검찰은 "그동안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프로축구 승부조작 사건을 최초로 규명한 점이 큰 성과다"며 "이번 수사를 통해 전주와 브로커, 선수들로 연계된 스포츠토토 승부조작 구조가 밝혀졌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와 함께 지난해 K-리그 정규경기를 포함해 3개 경기에서 승부조작이 이뤄진 혐의를 확인하고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수사 중인 경기는 지난해 열린 정규리그 2경기와 컵대회 1경기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