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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영표 후계자' 김영권의 재발견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1-06-04 15:08


◇4일 파주NFC에서 회복훈련을 마친 김영권이 주먹을 불끈 쥐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3일 세르비아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하면서 이영표의 뒤를 이을 왼쪽풀백 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파주=전영지 기자

조광래 대표팀 감독의 표정이 밝아졌다. 세르비아전에서 1골 1도움으로 맹활약한 김영권(21·오미야)에게서 오랜 숙제의 해법을 발견했다.

조 감독은 평소 "(박)지성이 자리를 메울 미드필더 자원들은 많은데 (이)영표 자리를 메울 왼쪽 자원이 없다"는 푸념을 수시로 해왔다. "은퇴한 영표를 다시 오라고 할까"라는 농담까지 서슴지 않을 만큼 고민이 깊었다. K-리그 각팀을 쉴새없이 돌아다니며 왼쪽 풀백 자원을 보고 또 봤지만 조금씩 부족했다. 도무지 성에 차지 않았다.

조광래 감독은 3일 세르비아전에서 2대1로 승리한 직후 "김영권을 왼쪽 윙백에 투입한 것은 두 가지를 병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윙백 중 한 명은 중앙 수비를 도울 수 있어야 한다. 수비와 공격 모두 잘했다. 이영표가 나은 점이 많다. 하지만 김영권이 이영표보다 좋은 점도 분명 있다. 지속적으로 투입하면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며 칭찬과 함께 기대감을 표했다.

4일 파주NFC에서 만난 김영권은 담담했다. 이제 겨우 A매치 4경기째인 스물한살 청춘이다. 지난해 8월 나이지리아전 첫 데뷔때보다는 스스로 많이 여유로워졌다고 평가했다. 긴장감도 덜해졌고 플레이도 한결 편안해졌다. 김영권은 대한민국 풋살 대표라는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전주대 시절 '기술적인 부분의 보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감독의 권유에 따라 풋살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축구로 단련된 체력과 타고난 감각으로 2009년 실내아시아풋살경기대회에서 득점왕에 오를 만큼 발군의 기량을 선보였다. 김영권은 "풋살은 작은 구장에서 많이 움직이는 종목이다. 풋살 대표 경험이 짧은 스텝 등 기술력과 순발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영표의 후계자로 지목된 것과 관련해서는 부담감보다는 기대가 크다고 했다. "영표형은 대단한 선수다. 영표형 자리가 당연히 부담은 되지만 부담감은 가지지 않으려고 한다. 더 열심히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있다"고 영리하게 답했다. 지난해 20세 이하 월드컵 8강의 주역인 김영권은 홍명보호 등에서 줄곧 센터백으로 활약했다. 왼쪽으로 자리를 옮겨서도 자신의 보직을 똑똑하게 수행해내며 가능성을 입증했다. 수비수로서 자신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 "몸싸움에 지지 않는 신체조건(1m86-74㎏)은 좋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경험적인 부분은 부족한 것 같다"고 대답했다.

A매치 데뷔골로 기록된 감격적인 세르비아전 결승골 직후 김영권은 벤치에서 몸을 풀던 구자철과 뜨겁게 포옹했다. "자철이형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형이다. 성격도 좋고… 올림픽대표팀과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줄곧 함께해 친하다. 골을 넣자마자 눈앞에 형이 보이기에 반가운 마음에 껴안았다"고 세리머니 순간을 떠올렸다.
파주=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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