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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전반전과 후반전 경기 내용이 180%도 달랐다. 전반전 같이 볼을 찰 경우 내년 런던올림픽 본선에 나갈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그런 우려 속에 시작한 후반전은 홍명보호는 전열을 가다듬었고 동점골과 역전골을 연달아 뽑았다.
홍명보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원하는 선수들을 모두 불러 들이지 못했다. 일명 '홍명보의 아이들'이 제대로 소집되지 못했다. A대표팀과 선수 차출을 놓고 서로 협조가 원활하지 않았던 것과 몇몇 선수의 부상이 그 원인이었다.
수비의 핵 홍정호와 김영권, 미드필더 구자철은 A대표팀에 소집됐다. 좌우 측면 미드필더 홍 철과 조영철은 부상으로 소집이 불발에 그쳤다.
이러다 보니 손발이 잘 맞지 않은 전반전은 고전했다. 홍명보호가 갖고 있던 수비 불안이 그대로 드러났다. 포백 수비는 왼쪽부터 윤석영 황도연 오재석 정동호가 선발 출전했다. 예전 같으면 중앙 수비수로 홍정호과 김영권이 들어갔을 것이다.
한국은 전반 21분 오만에 선제골을 얻어 맞았다. 알 하드리가 치고 들어오면서 때린 중거리슛이 그대로 한국 골문 오른쪽 구석에 꽂혔다. 공격수의 드리블 돌파에 이은 슈팅을 한국 수비수가 적극적으로 달라붙지 않았다. 이후 한국은 동점골을 노렸지만 최전방 지동원에게 볼이 잘 연결되지 않았다. 허리 싸움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지동원의 한방을 기대할 찬스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홍명보호가 후반 전세를 뒤집을 수 있었던 것은 조커들의 활약 때문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하프타임에 김보경 대신 미드필더 김태환을, 김은후 대신 공격수 배천석, 정동호 대신 수비수 유지노를 교체 투입했다. 분위기 반전을 위한 교체 카드가 바로 적중했다. 후반 2분, 김태환은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로 황도연의 동점골을 도왔다. 9분 뒤 배천석은 역전 헤딩골을, 후반 36분에는쐐기골을 터트렸다.
한국은 후반 오만의 좌우 측면의 뒷공간을 잘 뚫어서 3골을 모두 뽑았다. 조커 배천석의 골결정력도 칭찬해줄 만했다. 지동원과의 호흡도 나쁘지 않았다. 지동원 말고도 득점력을 갖춘 선수가 있다는 것은 상대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하지만 오만이 후반에만 선수 두 명이 퇴장 당했다. 따라서 홍명보호의 공격력을 제대로 평가하기에는 상황이 적절하지 못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홍명보호의 수비라인이 지금 같아서는 어떤 상대를 만나도 실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A대표팀에 가 있는 홍정호와 김영권이 합류할 경우 수비 안정감이 생길 수 있다. 조광래 A대표팀 감독과 홍명보 감독이 원만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홍명보호가 정작 중요한 타이틀이 걸린 경기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가서는 안 된다. 런던올림픽의 출전권이 걸린 경기에서 살얼음판을 걷는다면 축구팬들은 분노할 수 있다. 강릉=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