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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령'은 사극이긴 하지만, 앞서 신세경이 출연했던 '뿌리깊은나무'나 '육룡이나르샤' 등의 작품과는 결이 다르다. 선굵은 스토리와 역사적 사건이 교차했던 전작들에 비해 '구해령'은 밝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신세경이 맡은 '구해령' 캐릭터의 무게감은 만만치 않다. 구해령은 가상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임금과 왕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담는 '여자 사관' 1기다. 왕실의 부부싸움 같은 규방의 이야기까지 사명감을 갖고 숨김없이 기록해야하는 '문제적 여인'이다. 글을 통해서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분이'와도 통한다. 신세경은 "캐릭터만으로 선택한 작품은 아니지만, 맞는 말 같다"면서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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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은 구해령을 '시대에 반항하는 여자'라고 정의했다. '구해령'은 시대의 흐름을 뒤집은 여성 사관의 이야기에 오피스 판타지, 상사와의 로맨스, 폐출된 선왕을 비롯한 출생의 비밀까지 뒤섞인 독특한 작품이다. 구해령은 조선 조정에 출퇴근 하는 직장인 여성인데다, 대군마마와 불만을 주고받고 티격태격하는 등 독보적인 캐릭터성을 지녔다. 일반적인 사극 속 여성에 비해 행동 반경이 넓고, 한결 자유롭다. 연기를 위해서는 고정관념을 잊는 작업이 필요했다.
"사실 조선시대에 대해서는 누구나 잘 알고 있잖아요. 그 배경에 '여자 사관'이라는 상상의 여지가 들어간 거니까, 연기가 쉽진 않았죠. 감독님과 작가님만 믿고 연기에 집중한 것 같아요. 빈틈없이 서사를 훑어주신 덕분에 캐릭터가 잘 살아난 것 같아 기뻐요. 끝나고 돌아보니 굉장히 만족스런 작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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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은 어린 구해령이 사회적 한계에 부딪히고 이겨내는 반면, 현실의 자신은 커피 한잔 하면서 털어버리는 일에 익숙해진 것 같다는 속내도 드러냈다. 대신 자신은 역사 속 사관들이나 예문관 에피소드를 찾아보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는 것. 강일수 감독과 김호수 작가에 대한 감사도 빼놓지 않았다.
"항상 붙어다니면서 모든 걸 받아적으니까, 제가 왕이라도 싫을 것 같긴 해요. 반대로 사관은 굉장히 긍지와 사명감이 있는 엘리트 집단인 거죠. 사람보다는 굉장히 차가운 콘크리트 같은 느낌. '스토커'라는 캐릭터 설명이나, 극중에 조금 희화화되는 부분은 시청자들을 위한 재미로 봐주셨으면 해요."
최근 한국 드라마계는 일주일 52시간 촬영제한이 돌입되면서 혼란기를 겪었다. 하지만 '구해령'의 촬영은 순탄하게 이뤄졌다. 모든 촬영이 9월 셋째주에 마무리됐고, 인터뷰 시점에서 신세경은 휴식을 취하며 마지막 2회 방송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인상깊게 본 시청자 반응을 물으니 "구해령이라는 여성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많더라"며 미소지었다.
"보통 마지막 회쯤 되면 촬영하고 다음날, 촬영한날 바로 방영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럴땐 현생보다 캐릭터로 사는 시간이 훨씬 많으니까, 아무래도 연기에 집중이 잘 되죠. 이번처럼 편안하게, 마지막 방송을 기다리면서 시청자 비판이나 반응을 살펴보는 건 꽤 생경한 경험이에요. 결말도 기대되고, 만감이 교차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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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령' 촬영은 올봄에 시작돼 여름 내내 이어졌다. 신세경은 "'육룡이'는 가을이었고, '뿌나'는 정말 추웠다. '구해령' 너무 더웠다. 앞으로 여름 사극은 안할까 싶다. 덥고 습기찬 건 피할 곳이 없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촬영 환경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사극이 갖고 있는 힘이 있다"며 자부심은 숨기지 않았다.
"제 가치관에 온전히 합하는, 그런 작품을 찾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억지스런 갈등이 없고, 그걸로 대중들에게도 만족감을 줬으니 전 만족해요. '구해령'은 제게 진흙 속 진주 같은 작품이에요."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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