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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신태용식 축구가 아니었다. 결과를 내야하는 절체절명의 2연전, 이 상황을 백번 양보해도 분명 실망스러운 축구였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신 감독은 이번 2연전에서 그동안 지적받은 '수비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단순히 전술을 지적하고 싶지는 않다. 우즈벡전에서 실패했지만 변형 스리백은 언제든 다시 꺼낼 수 있는 매력적인 전술이다. 진짜 문제는 수비 전략에 접근 하는 방법에 있다. 이란-우즈벡전에서 펼친 수비축구가 답답했던 이유는 지나치게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뒤로 물러난다고 골을 안먹지 않는다. 물론 뒤에서 진을 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지만, 때로는 이탈리아처럼 '공격적인' 수비를 펼칠 필요도 있다. 하지만 신 감독의 수비 전략은 너무 단순하다.
수비를 지적하는 이유가 있다. 신태용식 공격축구만으로 본선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승점 관리도 필요하다. "세계무대에서도 공격축구로 맞서야 한다"가 신 감독의 지론이지만, 월드컵은 변수가 많은 올림픽, U-20월드컵과는 완전히 다르다. 비집고 들어갈 틈이 작은 시드국과의 대결에서 무작정 부딪히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카드는 결국 수비축구다. 하지만 이란-우즈벡전에서 보여준 수비라면 절대 통하지 않는다. 지금보다 한차원 높은 수준의 수비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공격축구를 펼치기 위한 필수과제이기도 하다.
성남 시절에도, 올림픽 시절에도, U-20 월드컵 시절에도 신 감독은 한결 같이 한방 있는 선수들에게 믿음을 보냈다. 성남에서는 주로 외국인 선수들이었고, 올림픽, U-20 월드컵에서는 해외파 선수들이었다. 이런 기조는 A대표팀 부임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이번 2연전에서도 신 감독은 끝까지 유럽파를 믿었다. 물론 유럽파 공격수들은 대표팀에서 가장 개인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다.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때로는 믿음이 아닌, 과감한 결단도 필요하다. 신 감독의 말대로 A대표팀 공격진에는 다양한 옵션이 있다. 개인기 통하지 않을때 옵션 활용을 통한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유럽파가 됐던, K리거가 됐던 이름값이 아닌 상황과 능력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래야 원하는 공격축구가 배가 될 수 있다.
신 감독에게 월드컵은 평생의 한이었다. 그는 대표팀 취임일성으로 "선수로서 월드컵에 출전하지 못한 것이 축구인생의 한(恨)이었다. '선수로서는 못한 것을 감독으로서 더 잘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다. 월드컵 감독으로 더 높이 비상하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했다. 더 높은 날기 위해서는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신태용 축구'만큼이나 '신 감독'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