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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이 끝이 아니다.
기술위원회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기술위원 역시 팬들의 지적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고심을 거듭하는 이유는 확실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렇다. 일단 '포스트 슈틸리케' 시나리오는 두 갈래로 나뉜다. 외국인 감독일지, 아니면 국내 감독일지를 정해야 한다. 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기 쉽지 않다. 일단 후보군을 내리고 협상까지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
그렇다면 국내 감독인데, 이 역시 상황은 여의치 않다. 가장 현실성 있는 대안인 신태용 감독의 상황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후 코치로 활약했던 신 감독은 지금 대표팀을 누구보다 잘 알고, 올림픽을 통해 국제대회 경험까지 경험한 최고의 카드다. 하지만 신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번 대회는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린다. A대표팀의 카타르전(원정)은 6월 13일 잡혀있다. A대표팀은 이 카타르전을 앞두고 조기 소집을 예고했다. 6월 8일에는 이라크와의 평가전까지 예정돼 있다. 일정상 겸임이 불가능하다.
무리해서 신 감독을 선임할 경우, U-20 월드컵의 분위기를 흐릴 수 있다. U-20 월드컵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축구대회다. 협회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런 대회를 앞두고 수장 교체를 언급한다는 것은 분명 무리수다. 한국축구의 자산인 신태용 카드를 너무 빨리 쓰는 것도 문제다. 이미 우리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 후 홍명보라는 자산을 잃었다. 리우올림픽, U-20 월드컵에 이어 A대표팀까지 3연속으로 신 감독을 소방수로 기용하는 것도 부담이다.
대신 신 감독의 수석코치 복귀 가능성도 열려 있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좋았던 아시안컵과 2차예선 당시 신 감독은 선수 선발과 지도면에서 큰 역할을 했다. 유임과 신 감독 활용이라는 두가지 카드를 모두 얻을 수 있는 선택이다. '노장 감독의 원포인트 부임'도 빼놓을 수 없는 카드다. 노장 감독으로 하여금 남은 3경기를 치르게 하는 것이다. 혹은 카타르전까지 치르고 신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길 수도 있다. 지금 대표팀의 문제는 기량 자체 보다는 분위기를 잡지 못한 측면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경험이 풍부한 감독의 존재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월드컵, 올림픽 등을 경험한 허정무 프로연맹 부총재, 김호곤 축구협회 부회장 등의 이름이 계속해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팬들의 눈높이가 차지 않는 선택이 될 수 있다. 현장을 3~4년 떠나 있었다는 점도 문제다.
기술위는 과연 어떤 시나리오를 갖고, 어떤 선택을 내릴까. 그 결과는 3일 공개된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