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GKL사회공헌재단과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탐방, Let's Go-인류무형문화유산편' 4. 필봉농악(임실)

김형우 기자

기사입력 2016-08-23 15:50


올여름 폭염의 기세가 대단하다. '모기입도 비뚤어진다'는 처서(23일)를 넘기고도 한증막 더위가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른 아침 바람은 확연히 달라졌다. 이제 추석도 코앞이니 9월에 접어들면 날씨도 변할 듯싶다.

선선한 기운 속에 수확의 풍요도 누릴 차례다. 그 풍요는 고된 노동 끝에 얻어진 정직한 결실이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그 고단함을 덜어내고 협동심을 불러일으키는 매개가 있었다. 바로 농악(農樂)이다. 농악은 정월대보름, 단오, 추석 등 주요 절기 마다 벌인 작은 축제에도 빠지지 않았다. 이처럼 농악은 공동체 의식과 농촌 사회의 여흥 활동에서 유래한 대중적인 공연 예술의 하나다. 농악은 인류의 창의성과 문화 다양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4년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등재 되었다. 이 같은 세계적 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 가을의 초입 전북 임실을 찾으면 대한민국 대표 농악 중 하나인 '필봉농악'을 보고 배울 수 있다. 필봉농악은 호남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경우로, 전통문화유산기행 테마로 제격이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농악은 인류의 창의성과 문화 다양성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2014년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등재 되었다. 이 같은 세계적 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여행지가 있다. 가을의 초입 전북 임실을 찾으면 대한민국 대표 농악 중 하나인 '필봉농악'을 보고 배울 수 있다.사진은 필봉농악 공연 '웰컴투중벵이골'<사진=필봉문화촌 제공>
◆세계적인 우리 민족예술 '농악'

우리에게 농악(農樂)은 대단히 친근하다. 비록 도시화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된 마당이라고는 하지만 그간 워낙 학교 교육을 통해서 쉽게 접해 온 덕분이다. 그렇다고 일상에서 흔하게 즐길 수 있는 예술장르는 또 아니다. 그만큼 우리 생활이 다원화 되었고, 공동체의 모습 또한 변모했기 때문이다. 농악은 지난 201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면서 또다시 그 가치를 조명 받으며 르네상스기를 맞고 있다.

농악은 우리 전통 사회에서 마을 공동체의 화합과 마을 주민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행해진 집단 공연이자, 민족예술이다. 꽹과리, 징, 장구, 북, 소고 등 타악기를 합주하며 길놀이를 이어가거나 춤사위를 풀어놓는가 하면, 연극도 펼치는 동안 공동체의 바람을 담아내는 일종의 종합 예술이다. 그 기원은 우리 민족의 농경문화가 뿌리 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마을신이나 농사 신을 위한 제사, 봄의 풍농 기원, 가을의 풍농 축제, 액을 ?고 복을 부르는 축원 등에 등장하며 우리 선인들의 삶 속에서 늘 함께 호흡해왔다.

농악이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유는 음악이나 춤 이상으로, 사회문화적 의미와 가치 또한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농악이 농경사회 공동체 생활의 구심점이 되는 한편 우리 문화 정체성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는 점이 그것이다.


필봉농악
우리 민족의 구심점 역할을 해 오던 농악의 가치가 훼손되던 시절도 있었다. 일제 강점기 문화수탈을 자행하던 일제는 농악을 '농민의 음악'으로 그 의미를 폄하했다. 이후 농악이라는 용어 보다는 사물굿, 풍풀굿 등으로 더 많이 표현되기도 했다.

본래 농악은 꽹과리, 징, 북, 장구 등 4가지 악기를 기본으로 태평소(나팔), 상모를 돌리는 소고 잡이, 잡색(연기자)이 포함된다. 꽹과리와 장구가 주요 리듬을 연주하고, 징과 북은 단순한 리듬으로 음악의 강세를 이끄는 역할을 한다. 특히 연극은 탈을 쓰거나 특별한 옷차림을 한 잡색들에 의해 진행되는데, 무동놀이나 버나돌리기와 같은 기예도 함께 선보였다.

한편 농악은 각 공동체의 고유한 예술 감각을 담고 있다. 때문에 마을마다 다르고 지역적 특징도 뚜렷하다. 따라서 웃다리(경기, 충청), 영동(강원), 영남, 호남좌도, 호남 우도 등 5개 문화권으로 나누기도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농악은 총 6종목으로, 진주-삼천포농악(제11-1호), 평택농악(제11-2호), 이리농악(제11-3호), 강릉농악(제11-4호), 임실필봉농악(제11-5호), 구례잔수농악(제11-6호) 등이다.

◆대한민국 대표 농악 '임실 필봉농악'


필봉마을굿축제
임실필봉농악은 전북 임실군 강진면 필봉마을에서 전승되어 온 호남좌도 농악의 대표적인 마을풍물굿이다. 필봉마을은 4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전통 있는 마을로, 오랜 세월만큼이나 동네 사람들의 삶과 노동 문화 속에서 꽃피우고 전승된 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마을에 이어져 내려온 삶의 문화를 토대로 1962년 보존회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으며, 1988년 국가무형문화재 제11-5호로 지정 되었다.

오늘의 이 같은 결실은 수많은 필봉굿 명인들이 함께 노력한 결과다.

전판이-이화춘-박학삼-송주호-양순용-양진성으로 이어지는 필봉굿 전승계보의 중심에는 인간문화재로 활동하다 타계한 상쇠 양순용 이라는 전설적인 명인이 있었다. 필봉마을 출신의 양순용은 허튼가락과 부들상모의 명인으로, 지금껏 전해오는 필봉굿의 정리와 체계를 마련한 장본인이다.

필봉농악은 현재 6대 상쇠인 인간문화재 양진성 씨가 보존회장을 맡고 있다. 필봉굿의 보존 전승을 위한 교육, 공연, 체험 등 다양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해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필봉정월대보름굿
필봉농악의 가락적 특징은 채굿, 호허굿, 영산굿, 도둑잽이굿, 수박치기, 싸잽이굿 등 필봉굿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을 들 수 있다. 판굿의 순서는 길굿, 채굿, 호허굿, 풍류굿, 영산굿, 노래굿, 수박치기, 등지기, 군영놀이, 도둑잽이, 탈머리, 대동굿 등으로 진행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필봉농악으로는 '필봉정월대보름굿 축제'를 꼽을 수 있다. 기굿을 시작으로 당산굿, 샘굿, 마당밟이로 이어가면서 마을과 마을 사람들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한다. 저녁이 되면 풍물굿의 재미와 신명이 두드러지는 푸진 판굿이 펼쳐진다. 참가자들의 한 해 소망을 담은 달집을 태우며 새로운 한 해와 새로운 복을 맞이하는 대동놀이 굿판으로 마무리 된다. 마을굿 본연의 가치와 형태를 그대로 계승하고 있어 우리의 전통적인 정월대보름굿의 원형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축제로 평가 받는다.


웰컴투중벵이골
해마다 8월 셋째 주에는 '필봉마을축제'가 펼쳐진다. 필봉농악 전승에 큰 기여를 한 양순용 선생을 추모하기 위해 1996년부터 시작된 축제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6대 농악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밤샘탈놀이, 필봉농악 전국지회 초청공연, 대학생 및 일반인 풍물동아리가 참여하는 전국규모의 경연대회, 풍물굿을 주제로 하는 학술세미나, 다양한 문화체험 등을 즐길 수 있다.

필봉문화촌 취락원 한옥야외무대에서는 필봉마을 사람들의 푸진삶·푸진굿 이야기를 창작음악극으로 무대에 올리는 '웰컴투중벵이골' 공연(5~9월)도 펼쳐진다. 마을의 이야기를 마을 사람들이 무대에 올리는 공연이다.

지역의 문화관광 활성화를 위하여 기획된 상설공연 '필봉GOOD보러 가세'(5~9월)에서는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새롭고 참신한 창작국악공연을 선보인다.

◆필봉농악 어디서 맛볼까?


필봉농악전수교육
임실군 강진면 필봉마을에 자리한 '필봉문화촌'을 찾으면 필봉농악의 참 매력을 맛볼 수 있다. 필봉농악 동·하계 전수교육이 학생, 일반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하계전수(6월~8월), 동계전수(12월~2월) 각 7박8일 과정으로 채굿반(초급), 풍류반(중급), 영산반(고급), 채상반 등의 정규반과 설장고반, 소고반, 민요반, 심화반 등의 특별반이 있다.


풍물놀이
또 필봉전통문화체험학교에서는 풍물놀이 배우기, 필봉고깔 만들기, 필봉캐릭터 만들기, 난타배우기, 우리몸짓배우기, 우리소리배우기, 이매탈 만들기, 천연염색 손수건 만들기, 한지공예체험, 목공예체험, 필봉치즈피자만들기, 떡메치기 체험, 전래놀이배우기, 다도예절 배우기, 창작국악공연관람 등을 당일, 1박2일 코스로 배울 수 있다.

필봉한옥스테이 '취락원'에서는 한옥의 품격과 정취를 맛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한옥스테이 시설로 필봉굿 역사관, 굿cafe, 작은 도서관 등의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필봉한옥스테이 야경
◆등재 가치=농악은 연중 다양한 형태와 목적으로 많은 행사장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고, 공연자들과 참여자들에게 정체성을 제공하는 한편, 인류의 창의성과 문화 다양성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들 간의 대화를 촉진함으로써 무형문화유산의 가시성을 제고하는데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2014년 11월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사진제공=필봉문화촌>

◆경산시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과 아동, "Let's Go!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임실필봉농악' 탐방


'경산시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과 아동, "Let's Go! 우리 문화유산을 찾아서" '임실필봉농악' 탐방
GKL사회공헌재단(이사장 이덕주)이 후원하는 'GKL 사회공헌재단과 함께 만나는 UNESCO 세계문화유산 탐방 4' '임실필봉농악'편이 지난 4~5일 1박2일의 일정으로 전북 임실군 일대에서 진행되었다.

경산시노인종합복지관 어르신 15명, 성암지역아동센터 아동 15명 등 총 30명이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세계유산 중 하나인 임실필봉농악을 체험하기 위해 전북 임실로 무형문화유산 탐방에 나선 것.

금번 탐방 프로그램은 1·3세대가 함께하여 문화적 소외감을 극복하고 노인과 아동-청소년의 세대 간 교류 확장을 통한 '세대공감'을 이끌어내는데 그 의의를 두고 있다.

본격 세계인류무형문화탐방에 앞서 어르신과 아동은 지난 달 말 사전모임으로 친밀감 형성을 위한 친목도모 레크리에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친교의 과정을 가졌고, 우리나라 무형문화재인 필봉굿을 미리 알아볼 수 있는 배움의 시간도 가졌다.
필봉문화촌 탐방
전북 임실군 필봉문화촌에서의 첫 번째 일정은 1·3세대 나눔과 공감 시간으로 어르신-아동이 함께 짝꿍에게 편지쓰기 프로그램을 실시해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었다.

이후 우리 무형문화재와 문화재의 소중함에 대해 배우며 전통 천연염색도 체험했다. 다음은 필봉문화촌 대강당에서 1-3세대 통합 레크리에이션을 실시, 서로가 하나 되는 즐거운 교유의 시간을 가졌다.

이튿날 이번 여정의 하이라이트인 필봉농악을 배우고 체험하는 시간. 마을에서 전승되고 있는 국가지정중요무형문화재 제11-5호 필봉굿의 역사를 설명 듣고, 관람하며 필봉농악의 매력에 푹 젖어 들었다.

이번 무형문화재 탐방에 참여 한 한 어르신은 "지금껏 살아오며 이런 멋진 공연은 처음"이라고 감탄을 연발했다. 필봉굿 공연이 끝나고 다 함께 전통장단에 춤을 추면서 흥겨운 필봉농악 체험 시간을 마무리했다.

이후 임실의 유명한 체험 관광지인 '임실치즈테마파크'를 찾았다. 공원에서 대형미끄럼틀을 타면서 어르신들은 옛날 동심으로 빠져 들었고, 아이들도 주변 놀이공원에서 신나는 여가를 즐겼다. 치즈만들기 체험장에서는 어르신과 아동들이 함께 치즈를 만들며 여름날의 추억을 만들었다.
필봉농악 탐방 체험
이번 '임실필봉농악' 탐방에 참여한 한 아동은 "많은 것을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농악공연이 흥겹고 가장 기억에 남는다"면서 "다른 친구들도 필봉굿 공연이랑 치즈 만들기 체험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스포츠조선 바로가기페이스북트위터]

- Copyrightsⓒ 스포츠조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