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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F1 코리아 그랑프리의 성공, 그리고 과제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1-10-16 16:21


◇15일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의 메인 그랜드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이 F1 코리아 그랑프리를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F1 조직위원회



◇루이스 해밀턴(맥라렌)이 서킷을 질주하고 있다. 해밀턴은 15일 열린 F1 코리아 그랑프리 예선 1위를 차지했다. 사진제공=F1 조직위원회
'운영은 합격, 그럼 앞으로의 과제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경주대회인 F1(포뮬러 원) 코리아 그랑프리가 14일부터 16일까지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에서 열렸다. 지난해에 이어 사상 두번째로 열렸는데, 첫 대회에서 조직위원회와 운영법인인 KAVO(코리아오토밸리)의 조직 이원화로 불거졌던 불협화음을 털어버리고 운영이나 흥행 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앞으로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최소 5년간 더 열릴 예정인데,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남의 집 잔치'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F1을 모터스포츠, 더 나가서 한국 자동차 산업에 파급효과를 줘야하는 과제도 남겼다.

실수는 반복되지 않았다

사실 지난해 첫 대회는 개막 10여일 전에서야 트랙 검수를 받았고, 관중석이나 서킷 주변 공사도 채 끝나지 못한데다 결선 레이스 당일 비까지 내리면서 서킷 주변이 교통 지옥이 되는 등 미숙함 투성이었다. F1 조직위원회가 "첫 대회에서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가장 역점을 뒀던 부분도 대회 운영이었다.

관중석을 비롯해 부대시설을 완벽하게 끝내고, 우회도로 신설과 서킷 내외를 잇는 셔틀버스를 체계화 시키는 등 전반적인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면서 합격점을 받았다. 게다가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대회 홍보를 하고, K-POP 콘서트와 연계한 상품 개발 등 마케팅에도 공을 들인 결과 결선 전날까지 대부분의 스탠드 좌석이 매진되는 등 흥행 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물론 내부순환 셔틀버스가 대회 스케줄을 고려하지 않고 빨리 중단돼 많은 관람객들이 20여분 이상을 걸어야 하는 불편을 겪었고, 경기가 끝난 후 서킷을 빠져나가는데 정체가 빚어졌고 안내표지판이 주로 한글로만 표기돼 대회를 찾은 1만여명의 외국인 관람객이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큰 무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결선 당일인 16일 푸른 가을 하늘이 펼쳐지는 가운데 레이스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흥행 실패로 공짜표가 난무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암표상까지 곳곳에 등장하는 등 완전히 달라진 풍경도 목격됐다. 관람객들도 기꺼이 걸어서 관람석을 찾아다니고, 갈대밭과 서킷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등 F1 관람 문화도 정착되는 모습.

지난해에 이어 가족과 함께 F1을 찾았다는 정성욱씨(45)는 "첫 대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대회 운영이 잘 되는 것 같다"면서도 "가족들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이나 즐길거리, 숙소 등은 여전히 불만족스러웠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이런 점을 감안, 경기장 내에 카트장을 조성하고 내년에는 휴게공간을 더 신설하는 등 부족한 점을 보완할 예정이다.

언제까지 남의 잔치?

F1이 2년째를 맞으면서 한국에도 점차 모터스포츠가 인기를 모을 조짐이다. 하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과는 달리 F1 코리아 그랑프리는 앞으로 5년 더 개최될 예정.

물론 세계 최고 드라이버들의 수준높은 경기를 굳이 해외에 나가지 않아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지만, F1에 한국팀이나 한국 드라이버가 참가할 날은 아직 요원하다.

미하엘 슈마허(맥라렌), 세바스티안 베텔(레드불) 등 F1 최고의 드라이버들도 "곧 한국 F1 드라이버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고, 컨스트럭터(팀) 챔피언 타이틀 2연패가 유력한 신흥명문 레드불팀의 크리스티안 어너 CEO는 "궁극적으로 F1 코리아 그랑프리가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한국인 드라이버들도 나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F1 개최를 위해선 현재에도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고 있다. 대회 유치 비용으로 한 해 450억원(추청) 가까운 비용을 FOM(F1 운영주체)에 지불해야 한다. 올해는 SK와 POSCO 등 2개의 국내기업에다 글로벌 스폰서로 LG전자가 참여하고 있지만, 그 규모나 비용면에선 아직 소규모이다. 전세계 유명 기업 300여개사가 F1에 스폰서로 참여하면서,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얻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서킷 건설이나 대회 운영에 엄청난 비용이 투여되면서 전라남도는 상당한 적자를 떠안고 있다. 수천억원의 지방채를 발급해야 할 정도로 상황은 좋지 않다. 국내 유수 기업들의 투자가 필요한 시점. 궁극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F1에 매력을 느끼기 위해선 국내에서 인기가 높아져야 한다. 응원을 할 수 있는 한국인 F1 드라이버나 한국 F1팀이 등장하면 상당 부분 해결될 수 있다는 얘기로 환원된다. 또 F1이 '돈 먹는 하마'에 그치지 않기 위해선 한국 자동차 산업에 큰 자극제가 돼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된다.
영암=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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