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글로벌 시장과 새로운 IP의 절대적인 중요성이 또 다시 확인됐다.
반면 엔씨소프트는 지난 2000년 상장 이후 처음으로 연간 영업이익 적자라는 충격적인 성적을 보여줬고, 카카오게임즈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 이상 하락하는 등 역성장을 했다.
다만 올 상반기 중 '한한령'이 마침내 해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이 다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고, 적극적인 구조조정과 활발한 인수합병, 새로운 IP 개발이나 발굴 등을 통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등 분명 기대 요소는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제조업과는 달리 게임과 같은 콘텐츠 산업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높아지는 무역장벽 파고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는 상황이기에 더욱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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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강 체제 형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넥슨과 크래프톤이 각각 연 매출 4조원과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처음으로 열며 대세감을 굳힌 2024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N'에서 'NK' 시대로 전환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넥슨은 지난해 5월 중국 지역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7월 글로벌 출시한 '퍼스트 디센던트'의 성공적인 런칭 등 역시 글로벌 시장 공략이 빛을 발했다. 또 기존과 신규 IP의 조화가 뛰어났다. 다만 4조원을 간신히 넘기며 매출 성장이 5%에 그쳤고, 영업이익은 8% 줄어드는 등 다소 정체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하드코어 액션 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 오는 3월 28일 글로벌 출시를, 대표 IP 중 하나인 '마비노기'를 계승해 데브캣에서 개발중인 '마비노기 모바일' 역시 오는 3월 27일 출시를 예고하는 등 1분기부터 다양한 신작을 대거 쏟아낼 예정이라 다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크래프톤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1.8%와 54%나 성장했고, 특히 영업이익의 경우 1조 1825억원으로 넥슨(1조 1157억원)을 제치고 국내 게임사 최고치를 올린 것은 분명 놀랄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PC와 모바일에선 물론 중국뿐 아니라 인도에서까지 플랫폼과 지역을 초월해 매출을 끌어모은 '배틀그라운드' IP 덕이라 할 수 있다.
크래프톤은 기존 IP의 확장 전략과 더불어 빅 프랜차이즈 IP 확보, 신작 '다크앤다커 모바일'과 '인조이' 등의 올해 출시를 통해 향후 5년 내 매출 7조원과 기업가치 2배 향상 등의 중장기 목표도 공개했다. 넥슨 역시 2027년까지 매출 7조원이라는 목표치를 설정한 상황이라, 향후 두 회사가 펼칠 선의의 경쟁이 주목된다.
한편 지난해 코스피에 상장한 시프트업은 두 회사의 절대적인 실적 수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시 두자릿수 이상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거뒀고, 특히 영업이익률 67.57%로 가장 알짜배기 사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가총액도 3조~4조원대를 오르내리며 국내 게임사 가운데 4위 자리를 지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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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으로 턴어라운드
국내 게임사 중 3위의 매출을 지킨 넷마블은 3년만에 영업이익 흑자전환이라는 달콤한 성과와 함께 턴어라운드에 성공한 모습이다.
지난해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받은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의 글로벌 성공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경쟁사들이 '코로나 수혜'를 누릴 때, 지속적으로 개발한 신규 IP가 비로소 성장세를 다시 이끄는 한편 전체 누적 매출의 79%를 글로벌 시장에서 거둘만큼 해외에서 답을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는 3월 20일 출시를 예고한 신작 'RF 온라인 넥스트'을 필두로 '세븐나이츠 리버스', '왕좌의 게임: 킹스로드', '킹 오브 파이터 AFK' 등 상반기 기대작 등과 더불어 올해 내에만 9종의 신작으로 오랜만에 물량 공세를 펼치며 영업이익 흑자를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위메이드 역시 '나이트 크로우'의 글로벌 성공과 '미르의 전설' 시리즈의 중국 라이선스 계약, 비용 절감 등을 통해 소액이지만 영업이익을 3년만에 흑자로 돌려세운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일 출시한 신작 '레전드 오브 이미르'와 함께 위믹스플레이, 위퍼블릭 중심의 위믹스 생태계 강화로 흑자 규모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영업이익 적자를 이어간 펄어비스로선 올 4분기 예고된 대작 '붉은사막'이 턴어라운드의 관건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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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선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의 12년만의 분기 적자에 이어 상장 후 첫 연간 영업이익 적자는 산업계 전체적으로도 큰 충격이었다.
적극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퇴직위로금 등 일회성 인건비 발생이 주요 원인이 됐지만, '리니지' IP에 대한 지나친 의존과 한계에 봉착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래도 여전히 주 매출원인 '리니지' IP 게임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경쟁력 있는 신규 IP의 개발 및 퍼블리싱 사업과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아이온 2'와 같은 대작 출시 이전에는 확실한 턴어라운드를 담보할 자체 신작이 부족한 가운데, 당분간은 개발력을 다지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이 92%나 감소하며 적자를 겨우 면한 카카오게임즈는 '선택과 집중' 기조에 따라 비수익 사업 검토 및 경영 효율화를 진행하고 모바일 중심에서 PC온라인 및 콘솔 플랫폼으로의 확장 전략을 펼치며 사업구조를 보다 게임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올해는 플랫폼, 장르, 지역 등에서 다변화를 추진, '크로노 오디세이', '프로젝트 Q', '가디스오더', '섹션13' 등 다양한 라인업 출시로 반전을 예고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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