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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기다리고 또 기다렸던 거장의 귀환이다. 봉준호 감독(56)이 신작 '미키 17'로 국내 관객들과 재회하는 소회를 전했다.
28일 전 세계 최초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미키 17'은 미국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의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이자,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18번째 미키가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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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개봉 시기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선 "작년에 개봉했으면 딱 시기가 맞았을 텐데, 배우조합 파업과 배급 일정 조정 등이 맞물리면서 이 영화뿐만 아니라 모든 영화의 개봉이 약 6~7개월씩 미뤄졌고, 라인업도 엉키게 됐다. 미국 배우조합 파업이 워낙 세서 촬영뿐만 아니라 후시 녹음도 못하고 홍보도 하면 안 되더라. 그러다 보니 올해 개봉을 하게 된 거다. '기생충'이 일본과 영국에서 늦게 개봉을 해서 정확한 개봉 종료일이 2020년 2월이었다. 그래서 5년인데, 이걸 6년 만의 복귀작이라고 말씀하시면 섭섭하다. 마치 일을 안 하고 놀러 다닌 것 같지 않나(웃음). 휴가도 없었을뿐더러 '미키 17'과 함께 애니메이션 영화도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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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봉 감독은 "제가 타임 테이블을 정확히 설명드린 이유가 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2021년 9월에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2022년 가을부터 영화를 찍기 시작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현지 취재진과 만난 그는 "저보고 방구석에 크리스탈 볼을 숨겨놨냐고 물어보시더라. 그게 서양식 점쟁이들이 사용하는 도구인가 보더라. 아무래도 정치, 사회적인 이슈에 민감한 영화제인 만큼, 기자 분들도 재미난 질문들을 많이 하셨다. 이와 관련된 질문들을 반복적으로 받았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특정 정치인을 이야기한 게 사실이다. 영화에 커플 독재자가 나오는데, 케네스 마샬의 아내인 일파 마샬 역은 원작 소설엔 없는 역할"이라며 "독재자가 커플일 때 더 무섭고 영화적으로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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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러팔로는 '미키 17'을 통해 데뷔 후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하기도 했다. 봉 감독은 "본인도 캐스팅 소식을 듣고 처음엔 당황해했다"며 "'도대체 왜? 나에게도 이런 모습이 있어?'라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형님, 배우이시지 않냐. 이런 캐릭터를 표현해 달라는 거다'라고 설명드리니까, '맞아 나는 프로다'라고 바로 수긍하셨다. 이 상황만 봐도 귀여우시다. 케네스 마샬은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기 보단 헛점이 많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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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남 스타인 로버트 패틴슨은 극 중 광기 어리면서도 찌질한 면모를 드러냈다. 봉 감독은 "저를 마치 꽃미남 파괴자로 보시는 거 같은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웃음). '마더' 때 원빈 씨를 안 잘생기게 찍으려고 노력했는데, 보통 일이 아니더라. 저랑 홍경표 촬영감독이 원빈 씨를 찍다가 '잘생겼어!'하고 감탄했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어 로버트 패틴슨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트와일라잇'에서 처음 봤는데, '저 청년은 어쩜 저렇게 새하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창백하고 멋진 이미지가 다가 아니더라. 나중에 보니 연기적으로도 욕심이 많아서 미국 인디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다. 윌렘 대포와 호흡을 맞춘 '라이트하우스'에선 엄청난 광기 에너지를 폭발시키더라. 그 영화를 보고 나니까, 로버트 패틴슨이 미키 18 역도 잘 소화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연기할 때 굉장히 여러 가지의 느낌을 표현해 내서 1인 2역이 아니라, 다역을 소화한 것과도 다름없었다.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잘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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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