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SC현장] "흥행 부진 감독→세계적인 거장"…박찬욱 감독, 25년 만에 돌아본 '공동경비구역 JSA' (종합)

안소윤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2-04 23:42 | 최종수정 2025-02-05 00:18


[SC현장] "흥행 부진 감독→세계적인 거장"…박찬욱 감독, 25년 만에…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가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병헌, 이영애, 박찬욱 감독, 송강호, 김태우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2.04/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누군가는 컴컴한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았고, 또 누군가에겐 잊지 못할 영광의 순간으로 기억됐다. 박찬욱 감독과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주역들이 25년 만에 뭉쳐 관객들에게 반가움을 선사했다.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공동경비구역 JSA'가 4일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 박찬욱관에서 GV(관객과의 대화)를 개최했다. 현장에는 배우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와 박찬욱 감독, 고경범 CJ ENM 영화사업부장이 참석했다.

글로벌 IP 파워하우스 CJ ENM은 30주년 기념 비저너리(Visionary) 선정작을 발표하며 지난 30년은 물론, 앞으로의 K-컬처의 새로운 챕터를 열어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2020년부터 방송, 영화, 음악, 예능 등 한국 대중문화 전 분야에서 자신만의 오리지널리티를 토대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대체 불가의 인물들을 비저너리로 선정해 왔다.

특히 올해는 30주년을 기념해 비저너리 선정작을 조명하는 시간을 마련했고, 영화 부문에는 '공동경비구역 JSA'(2000)가 이름을 올렸다.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는 분단 현실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풀어내며 한국 영화사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작품이다. 아울러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호연이 더해지면서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얻기도 했다. 송강호는 극 중 북한군 중사 오경필 역을, 이병헌은 한국군 병장 이수혁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영애는 스위스 육군 소속 소피 E. 장 소령을, 김태우는 이수혁의 후임 일병 남성식을 연기했다.


[SC현장] "흥행 부진 감독→세계적인 거장"…박찬욱 감독, 25년 만에…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가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2.04/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송강호, 이병헌, 이영애, 김태우는 이날 열린 GV를 통해 작품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먼저 박 감독은 "하나의 개인이자 창작자로서 상을 받는 것도 영광스럽지만, 작품으로 상을 받게 돼 배우들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신)하균이는 놀러 가서 빠졌는데, 얼마나 재밌게 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폭로해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오늘 배우들뿐만 아니라 스태프들도 와계시는데, 이렇게 함께 모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신 CJ ENM에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특히 박 감독은 작품 제작 당시 퀴어 소재로 만들고 싶었으나, 제작사의 반대로 무산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그는 "만약 영화가 21세기에 만들어졌다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면서 "이 영화를 만들었던 1999년에는 실현시키기에 어려운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SC현장] "흥행 부진 감독→세계적인 거장"…박찬욱 감독, 25년 만에…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가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송강호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2.04/
송강호는 "워낙 작품의 구성이 촘촘하게 잘 짜여있었고, 그 시절 볼 수 없었던 시나리오였다"며 "속으로 '한국영화가 이런 걸 구현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의심했다. 또 감독님의 두 영화가 흥행이 잘 안 됐기 때문에 '공동경비구역 JSA'는 믿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박 감독과의 첫 만남을 떠올리며 "예전 명필름 사무실은 가정집이었다. 먼저 도착해서 감독님을 기다리는데, 바바리코트를 입고 모퉁이를 돌아서 걸어오는 모습을 보고 지울 수 없는 품격과 기품에 압도됐다"며 "그 순간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확 왔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최근 '공동경비구역 JSA'를 재관람했다는 송강호는 "25년 만에 작품을 다시 보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저한테도 이병헌 부럽지 않은 시절이 있었다(웃음). 너무 잘생기고 젊고 멋있더라. 두 번째로는 그동안 박 감독이 만든 명작의 공통점은 작품의 깊이와 기품이다. 정말 어쩔수가 없나보다. 심지어 차기작의 제목까지 '어쩔수가없다'로 지었다"고 깨알 홍보를 더해 웃음을 안겼다.


[SC현장] "흥행 부진 감독→세계적인 거장"…박찬욱 감독, 25년 만에…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가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병헌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2.04/
이병헌은 배우들과 오랜만에 재회한 소감에 대해 "정말 반갑다. 배우들끼리도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벌써 영화가 개봉한 지 25년이 됐더라. 오늘 젊은 세대 관객 분들이 많이 극장을 찾아주셨고, 처음 이 영화를 접하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 감상평이 어떨지 궁금하다. 또 오늘은 저희끼리 처음 모인 기념적인 날이다 보니, 가족 분들까지 초대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저도 깜빡 잊고 있다가, 가족들한테 뒤늦게 전화를 걸었고 영화를 함께 감상했다고 들었다"며 감격을 드러냈다.

그는 작품 합류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님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았다"며 솔직한 입담을 뽐냈다. 이어 "몇 년 전 미국에서 열린 큰 시상식에서 저는 시상자로, 감독님은 수상자로 참석하셨다. 당시 두 편의 작품을 이미 완벽하게 망하신 분과 이미 세 개의 작품을 완벽히 망한 저라는 배우의 조합보다 더 좋은 조합은 없을 거라고 농담 삼아 말했는데, 오늘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너무나 큰 감동을 받았던 25년 전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전했다.

또 '공동경비구역 JSA'를 통해 흥행배우로 자리매김한 이병헌은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처음으로 시상식에서 '흥행 배우 이병헌'이라고 저 자신을 소개했다"며 "기분 좋은 인사였지만, 숫자에 연연하는 영화인들의 풍토에 반항하는 느낌도 없지 않았다. 이전에 찍었던 영화들이 망해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숫자로만 불려지는 게 조금 싫었다"고 말했다.


[SC현장] "흥행 부진 감독→세계적인 거장"…박찬욱 감독, 25년 만에…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가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이영애가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2.04/

[SC현장] "흥행 부진 감독→세계적인 거장"…박찬욱 감독, 25년 만에…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가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김태우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2.04/
이영애는 "오늘 현장에 오기 전부터 떨렸다. 영화를 찍을 때도 여자 배우는 저 하나였고, 다 남자 배우들이어서 외로운 감이 있었다. 물론 신하균 씨가 안 계셔서 아쉽지만, CJ ENM 덕분에 25년 만에 뭉칠 수 있게 됐다"며 "막상 배우들과 모여 식사를 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니까 '아, 모임에 자주 올걸'하고 후회가 되더라. 따뜻하고 감사한 시간이었고, 관객 분들에게도 이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태우는 "너무나 영광스러운 자리에 참석하게 돼 기쁜 마음"이라며 "남성식 일병이 어느덧 시간이 흘러 50세가 넘었는데, 51세 막내인 신하균 씨가 오늘 못 오는 바람에 제가 막내가 됐다"고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이어 작품에 합류하게 된 계기에 대해 "우연찮게 시나리오를 먼저 보게 됐다. 제 데뷔작 '접속'의 제작사인 명필름에서 제작을 맡았기 때문에 꼭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며 "오늘 영화를 보고 나니 '공동경비구역 JSA'는 저에게 천운 같은 작품인 것 같다"고 전하며 같한 마음을 표했다.


[SC현장] "흥행 부진 감독→세계적인 거장"…박찬욱 감독, 25년 만에…
CJ ENM 30주년 기념 비저너리 선정작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GV가 4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렸다. 박찬욱 감독이 트로피에 사인을 하고 있다. 용산=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5.02.04/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공동경비구역 JSA'이 지닌 의미에 대해 "당시 '죽느냐, 사느냐'의 갈림길에 선 절 살려준 작품"이라며 "앞서 개봉한 두 편의 영화를 흥행에 실패했기 때문에 세 번째 작품마저 잘 안되면 유작이 되는 거였다. 프로덕션의 전폭적인 지지와 좋은 배우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이 저에겐 기적 같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