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리뷰] "욕하고 담배 피우고"…'검은 수녀들' 송혜교, 이젠 '멜로' 아닌 '장르물' 여신(종합)

안소윤 기자

기사입력 2025-01-21 14:12


[SC리뷰] "욕하고 담배 피우고"…'검은 수녀들' 송혜교, 이젠 '멜로…
영화 '검은 수녀들' 포스터. 사진 제공=NEW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혜교가 혜교를 지웠다. 익숙함을 벗어던지고 낯선 얼굴로 관객을 응시한다. "멜로로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던 배우 송혜교가 영화 '검은 수녀들'을 통해 그 말의 의미를 정확히 전달했다.

'검은 수녀들'이 지난 20일 열린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로, 강력한 악령에 사로잡힌 소년을 구하기 위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권혁재 감독이 전편을 연출한 장재현 감독의 배턴을 이어받아 색다른 'K-오컬트'의 맛을 구현해 냈다.

'검은 수녀들'은 구마 사제가 부재한 상황 속에서 구마가 허가되지 않은 두 수녀들이 금지된 의식에 나서는 모습을 밀도감 높게 풀어낸 영화다. 유니아 수녀는 소년 희준의 몸에 숨어든 악령이 12형상 중 히나일 거라고 확신한다. 언제 올지 모르는 구마 사제를 넋 놓고 기다리다가는 희준이 희생될 것임에 틀림없어 결국 금기를 깨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정신의학과 전문의 바오로 신부는 희준을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굳게 믿으며 구마를 반대한다. 유니아는 우연한 기회를 통해 바오로 신부의 제자인 미카엘라 수녀의 비밀을 알게 돼 희준을 병원에서 꺼내기 위해 무작정 도움을 요청한다. 미카엘라 수녀는 유니아 수녀의 거침없는 행동에 반발하지만 고통받는 희준에게 동질감을 느껴 힘을 보태기로 결정한다.


[SC리뷰] "욕하고 담배 피우고"…'검은 수녀들' 송혜교, 이젠 '멜로…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 사진 제공=NEW
'검은 수녀들'은 송혜교의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송혜교는 거침없는 돌발 행동을 일삼는 수녀 유니아를 힘 있고 강단 있게 그려냄과 동시에 묵직한 카리스마를 담아냈다. 겉으로는 차갑지만 뜨거운 심장을 가진 유니아 수녀의 모습이 송혜교를 통해 입체적으로 그려진다.

앞서 송혜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학교폭력 피해자를 연기하며 깜짝 변신을 꾀했던 바 있다. 캐스팅 공개 당시, 배우로서 충분히 강점을 보여왔던 멜로가 아닌 장르물을 택했다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냈다. '더 글로리'가 예상보다 더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터라 자연스레 차기작에도 관심이 쏠렸다. 송혜교는 이번에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컬트 장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검은 수녀들'을 택한 이유에 대해 "'더 글로리' 이후 다시 사랑 이야기로 돌아오고 싶지 않았다. 장르물 위주의 대본을 보면서 고르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검은 수녀들' 대본을 읽게 됐다. 대본을 보면서 너무 힘들고 어려운 도전이 될 것 같았는데, 이 작품을 선택하면 스스로도 몰랐던 새로운 표정을 보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런 점에서 '검은 수녀들'은 배우 송혜교의 필모그래피에 또다른 성취로 기록될 것이다.

이전처럼 풀메이크업에 예쁜 옷을 입은 여주인공이 아닌, 화장기 없이 수녀복을 착용하여 낯선 비주얼을 보여줬다. 찰진 욕설을 내뱉은 것도, 생애 첫 담배 연기를 뿜은 것도, 송혜교가 아닌 유니아의 입이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송혜교는 송혜교를 지우고 있다. 안전한 껍질을 벗고 생경함을 추구한다.


[SC리뷰] "욕하고 담배 피우고"…'검은 수녀들' 송혜교, 이젠 '멜로…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 사진 제공=NEW
정신의학과 전공의 미카엘라 수녀로 분한 전여빈의 열연도 작품 안에서 빛을 발한다. 유니아 수녀에게 반발심을 가졌던 순간부터 희준을 살리겠다는 강한 의지를 품게 되는 과정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또 유니아 수녀를 연기한 송혜교와는 끈끈한 연대를 보여주며 피보다 진한 워맨스 케미로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SC리뷰] "욕하고 담배 피우고"…'검은 수녀들' 송혜교, 이젠 '멜로…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 사진 제공=NEW

[SC리뷰] "욕하고 담배 피우고"…'검은 수녀들' 송혜교, 이젠 '멜로…
영화 '검은 수녀들' 스틸. 사진 제공=NEW
미카엘라 수녀의 스승이자, 희준의 주치의 바오로 신부 역을 맡은 이진욱은 '검은 사제들' 최준호 부제(강동원)를 뒤잇는 훈훈한 사제복 핏을 자랑한다. 또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확고한 신념을 지닌 의사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악령에 씌인 소년 희준을 연기한 문우진은 선과 악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보여준다.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고난도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해 내며 연기자로서 또 다른 가능성을 기대케 만든다. 이처럼 '검은 수녀들'은 송혜교를 비롯한 배우들의 눈부신 연기와 뜨거운 시너지로 극을 풍성하게 채웠다. 2025년 새해 극장가의 포문을 열 개봉작으로 이름을 올린 만큼, 관객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로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검은 수녀들'은 오는 24일 개봉한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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