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이슈] "재편집 NO!..최종 결정 오직 'BONG'"…봉준호, 3번째 개봉 변경 '미키17' 의혹에 답하다

조지영 기자

기사입력 2025-01-21 08:26


[SC이슈] "재편집 NO!..최종 결정 오직 'BONG'"…봉준호, 3…
20일 용산 CGV에서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17'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 용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20/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신작을 꺼낸 봉준호 감독이 자신을 둘러싼 워너브러더스의 홀대설과 불화, 그리고 재편집 등 각종 의혹과 설에 대해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봉준호 감독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SF 영화 '미키 17'(봉준호 감독) 푸티지 시사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온갖 위험한 일을 하는 소모품(익스펜더블) 미키 역을 맡은 로버트 패틴슨이 주연 자격으로 봉 감독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 그는 '미키 17' 홍보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에 내한했다. 더불어 '미키 17'의 통역 및 원작 번역, 스크립터로 활약한 샤론 최(최성제) 역시 자리에 함께해 '기생충' 의리를 보였다.

전 세계가 손꼽아 기다리던 '미키 17'은 2022년 발간된 에드워드 애쉬튼 작가의 신작 소설 '미키 7'을 각색해 영화화한 작품이다. 지난 2020년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최초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갱상, 국제영화상을 휩쓴 봉 감독이 '기생충'(19)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가 제작 예산 1억5000만달러(약 2189억원)를 들여 만든 블록버스터이며 봉 감독에겐 지난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 그리고 2017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옥자' 이후 세 번째 영어 영화, 그리고 '옥자' 다음으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자본으로 만드는 두 번째 블록버스터다.


[SC이슈] "재편집 NO!..최종 결정 오직 'BONG'"…봉준호, 3…
20일 용산 CGV에서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17'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 로버트 패틴슨, 봉준호 감독. 용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20/
'봉준호 보유국' 베네핏 덕분에 '미키 17'의 글로벌 개봉 캠페인은 20일 한국에서 시작해 북미로 규모를 확장하게 된 가운데 오랜 만에 국내 팬을 만나게 된 봉 감독은 "오랜만에 이런 자리를 참석하게 돼 낯설다. '미키 17'이라는 영화는 SF 영화이지만 동시에 인간 냄새로 가득한 인간적인 SF다.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미키라는 평범하고 힘없는, 불쌍한 청년의 이야기다. 인간 냄새 물신 나는 새로운 SF라고 소개하고 싶다. 그동안 우리가 SF에서 봤던 복제 인간과는 다르다. 인간을 출력하는 이야기다. 비인간적인 행위인데 정치적인 메시지는 아니다. 미키의 성장 영화라고 보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며 "'듄' 시리즈처럼 정통 SF도 있지만 우리는 좀 더 가까운 미래를 끌어오고 싶었고 인간적인 SF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발냄새 나는 SF'라고도 했다"고 재치있게 작품을 소개했다.

그는 "사실 내 필모그래피 중 절반은 SF 혹은 그 비슷한 장르였던 것 같다. 정치적인 풍자를 담고 있고 그게 SF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다. 인간 사회나 정치에 대해 심각하게 또는 유머러스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장르로 매력을 느낀다. 또한 내 영화 최초로 로맨스도 있다. 인간이 출력되고 있는 순간에도 사랑이 생겨난다. 사랑의 장면이 있는데 그게 제일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SC이슈] "재편집 NO!..최종 결정 오직 'BONG'"…봉준호, 3…
20일 용산 CGV에서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17'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기자간담회 참석한 봉준호 감독. 용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20/

[SC이슈] "재편집 NO!..최종 결정 오직 'BONG'"…봉준호, 3…
20일 용산 CGV에서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17'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배우 로버트 패틴슨, 봉준호 감독. 용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20/
'미키 17'은 봉 감독 전매특허 블랙코미디가 적절하게 섞인 인간적인 SF로 다시 한번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와 관심이 문제였을까. '미키 17'은 개봉까지 무려 세 번의 개봉일 변경으로 기대 이상의 우려 가득한 시선도 뒤따랐다.

당초 '미키 17'의 배급을 맡은 워너브러더스는 지난 2023년 '미키 17'에 대해 지난해 3월 29일 북미 개봉을 발표했지만 이후 할리우드 대규모 파업을 이유로 개봉을 취소했다. 당시엔 할리우드 파업이 미국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제작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만큼 개봉 취소를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워너브러더스는 다시 '미키 17'의 개봉일에 대해 1년이 연기된 2025년 1월 28일, 북미 개봉이 아닌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으로 돌연 개봉일을 바꾸면서 의혹의 물꼬를 텄다. 이미 완성된 영화를, 그것도 일당백 퀄리티를 보장하는 봉 감독의 신작을 1년 넘게 창고행으로 묵히는 이유에 대해 전 세계 영화 팬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할리우드에서는 굳이 비수기로 꼽히는 1월 시즌에 블록버스터를 개봉하는 행보가 기이해 보일 정도. 물론 국내에서는 성수기인 설날 극장에 봉 감독의 신작을 볼 수 있다는 매리트는 있었지만 '미키 17'은 어디까지나 한국 영화가 아닌 미국 영화로 미국내 흥행 여부가 중요한 작품에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가 여러모로 의뭉스러웠다.


할리우드에서도 '미키 17'은 이례적인 연쇄적 개봉 연기 이슈로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결국 지난해 2월 미국 버라이어티가 워너브러더스의 봉 감독 홀대설을 수면 위로 꺼냈다. 버라이어티는 워너브러더스가 '미키 17'에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며 내부 소식통의 말을 빌려 '미키 17'의 개봉 연기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 워너브러더스가 다른 신작에 비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을 '시큰둥'하게 여기고 있다고 전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팬들의 원성이 커지자 워너브러더스가 대변인을 통해 "물론 그 영화('미키 17')에 열광하고 있다"고 뒷수습을 하는 웃픈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워너브러더스는 다시 '미키 17'의 북미 개봉을 올해 4월 18일로 변경, 두 번째 개봉 변경 고지로 팬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이번엔 갑자기 '미키 17'의 흥행 자신감을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부활절(2025년 4월 20일) 시즌을 이유로 개봉일을 다시 미뤘다. 이때부터 봉 감독의 워너브러더스 홀대설뿐만 아니라 워너브러더스가 봉 감독의 작품에 심한 간섭을 이어가 재촬영, 재편집을 하게 되면서 개봉일이 변경된 것이 아니냐는 루머도 만들어졌다. 봉 감독과 워너브러더스의 이견과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미키 17'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 워너브러더스는 지난해 12월 28일 오는 4월에서 3월 7일로 북미 개봉을 당겼다고 다시 한 번 개봉일 변경을 발표했다. 벌써 세 번째 개봉일 변경이었다. 성난 국내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번에도 '북미보다 빠른' 2월 28일 한국 개봉을 선심 쓰듯 강조했다.

이번 세 번째 개봉 변경은 봉준호 감독의 단골 무대인 칸국제영화제 출품과 무관한 시기이며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캠페인도 시간 차 쉽지 않은 시즌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2월 13일부터 열리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을 노린 개봉일이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으나 결과적으로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미키 17'은 경쟁 부문이 아닌 베를리날레 특별 상영 초청작으로 그치면서 이 또한 아쉽게 됐다. 여전히 봉준호 감독에 대한 할리우드, 워너브러더스의 홀대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워너브러더스와 봉준호 감독 사이의 작품 이견이라는 추측도, '미키 17'에 대한 흥행 역시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우려의 시각도 상당한 가운데 봉 감독이 마침내 이런 소문에 무거운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SC이슈] "재편집 NO!..최종 결정 오직 'BONG'"…봉준호, 3…
20일 용산 CGV에서 봉준호 감독 신작 '미키17'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포토타임 포즈를 취하고 있는 봉준호 감독, 배우 로버트 패틴슨. 용산=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1.20/
이날 봉 감독은 "'미키 17'의 개봉일 변동은 나 역시 특별한, 흥미로운 경험이 아닌가 싶다. 사실 내 영화 중 개봉 일정이 변경 안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살인의 추억'(03)도 알게 모르게 개봉일 변경이 있었다. 이번 '미키 17'은 유난히 주목을 받아서 그런지 개봉일에 대한 관심이 더 큰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할리우드 상황(할리우드 파업)도 그렇고 그러한 이유로 많은 영화가 개봉일이 바뀌기도 했다. 복잡한 상황이 엮여 있었다. 다만 재편집을 하거나 재촬영을 하지 않았고 그게 개봉일 변경에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워너브라더스로부터 '감독 최종 결정권'으로 계약이 되어있던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도 나를 존중해줬다. 여러 외적인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내달 개봉하게 돼 기쁜 마음이다"고 고백했다.

늘 색다른 시도와 도전을 이어가는 봉 감독은 충무로의 대표 '이슈 메이커'다. 스스로도 '이슈 메이커'라고 인정한 봉 감독은 앞서 '옥자' 공개 당시 칸영화제에서 '극장 비(非)개봉작'으로 초청돼 콧 대높은 프랑스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도 극장-스트리밍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가 멀티플렉스로부터 보이콧을 당하는 등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옥자' 전 봉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설국열차' 때는 북미 배급권을 가진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대놓고 '설국열차'에 가위를 들어 20분 가량의 분량을 편집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유명한 사건이 있기도 했다. 이렇듯 역대급 우여곡절로 이미 단단해진 봉 감독에겐 이번 '미키 17'의 홀대설은 살짝 신경이 쓰이는 귀여운 '해프닝' 그 어디쯤이 아닐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키 17'이 오랜 기다림 끝에 베일을 벗는 가운데, 역시나 '봉준호는 봉준호' '장르가 곧 봉준호'임을 이번에도 확실하게 증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월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하며 이후 3월 7일 북미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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