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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신작을 꺼낸 봉준호 감독이 자신을 둘러싼 워너브러더스의 홀대설과 불화, 그리고 재편집 등 각종 의혹과 설에 대해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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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실 내 필모그래피 중 절반은 SF 혹은 그 비슷한 장르였던 것 같다. 정치적인 풍자를 담고 있고 그게 SF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다. 인간 사회나 정치에 대해 심각하게 또는 유머러스하게 통제할 수 있는 장르로 매력을 느낀다. 또한 내 영화 최초로 로맨스도 있다. 인간이 출력되고 있는 순간에도 사랑이 생겨난다. 사랑의 장면이 있는데 그게 제일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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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미키 17'의 배급을 맡은 워너브러더스는 지난 2023년 '미키 17'에 대해 지난해 3월 29일 북미 개봉을 발표했지만 이후 할리우드 대규모 파업을 이유로 개봉을 취소했다. 당시엔 할리우드 파업이 미국 영화를 비롯한 콘텐츠 제작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만큼 개봉 취소를 수긍하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워너브러더스는 다시 '미키 17'의 개봉일에 대해 1년이 연기된 2025년 1월 28일, 북미 개봉이 아닌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으로 돌연 개봉일을 바꾸면서 의혹의 물꼬를 텄다. 이미 완성된 영화를, 그것도 일당백 퀄리티를 보장하는 봉 감독의 신작을 1년 넘게 창고행으로 묵히는 이유에 대해 전 세계 영화 팬들은 납득할 수 없었다. 게다가 할리우드에서는 굳이 비수기로 꼽히는 1월 시즌에 블록버스터를 개봉하는 행보가 기이해 보일 정도. 물론 국내에서는 성수기인 설날 극장에 봉 감독의 신작을 볼 수 있다는 매리트는 있었지만 '미키 17'은 어디까지나 한국 영화가 아닌 미국 영화로 미국내 흥행 여부가 중요한 작품에 무리수를 두는 모양새가 여러모로 의뭉스러웠다.
할리우드에서도 '미키 17'은 이례적인 연쇄적 개봉 연기 이슈로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결국 지난해 2월 미국 버라이어티가 워너브러더스의 봉 감독 홀대설을 수면 위로 꺼냈다. 버라이어티는 워너브러더스가 '미키 17'에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며 내부 소식통의 말을 빌려 '미키 17'의 개봉 연기가 심상치 않음을 시사, 워너브러더스가 다른 신작에 비해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을 '시큰둥'하게 여기고 있다고 전해 전 세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팬들의 원성이 커지자 워너브러더스가 대변인을 통해 "물론 그 영화('미키 17')에 열광하고 있다"고 뒷수습을 하는 웃픈 상황이 펼쳐지기도 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워너브러더스는 다시 '미키 17'의 북미 개봉을 올해 4월 18일로 변경, 두 번째 개봉 변경 고지로 팬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었다. 이번엔 갑자기 '미키 17'의 흥행 자신감을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 극장가 성수기로 꼽히는 부활절(2025년 4월 20일) 시즌을 이유로 개봉일을 다시 미뤘다. 이때부터 봉 감독의 워너브러더스 홀대설뿐만 아니라 워너브러더스가 봉 감독의 작품에 심한 간섭을 이어가 재촬영, 재편집을 하게 되면서 개봉일이 변경된 것이 아니냐는 루머도 만들어졌다. 봉 감독과 워너브러더스의 이견과 갈등이 봉합되지 못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
'미키 17'에 대한 불안감이 점점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다시 워너브러더스는 지난해 12월 28일 오는 4월에서 3월 7일로 북미 개봉을 당겼다고 다시 한 번 개봉일 변경을 발표했다. 벌써 세 번째 개봉일 변경이었다. 성난 국내 팬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이번에도 '북미보다 빠른' 2월 28일 한국 개봉을 선심 쓰듯 강조했다.
이번 세 번째 개봉 변경은 봉준호 감독의 단골 무대인 칸국제영화제 출품과 무관한 시기이며 내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캠페인도 시간 차 쉽지 않은 시즌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오는 2월 13일부터 열리는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출품을 노린 개봉일이 아니냐는 말도 흘러나왔으나 결과적으로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미키 17'은 경쟁 부문이 아닌 베를리날레 특별 상영 초청작으로 그치면서 이 또한 아쉽게 됐다. 여전히 봉준호 감독에 대한 할리우드, 워너브러더스의 홀대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워너브러더스와 봉준호 감독 사이의 작품 이견이라는 추측도, '미키 17'에 대한 흥행 역시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우려의 시각도 상당한 가운데 봉 감독이 마침내 이런 소문에 무거운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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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할리우드 상황(할리우드 파업)도 그렇고 그러한 이유로 많은 영화가 개봉일이 바뀌기도 했다. 복잡한 상황이 엮여 있었다. 다만 재편집을 하거나 재촬영을 하지 않았고 그게 개봉일 변경에 이유가 되지 않는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워너브라더스로부터 '감독 최종 결정권'으로 계약이 되어있던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도 나를 존중해줬다. 여러 외적인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내달 개봉하게 돼 기쁜 마음이다"고 고백했다.
늘 색다른 시도와 도전을 이어가는 봉 감독은 충무로의 대표 '이슈 메이커'다. 스스로도 '이슈 메이커'라고 인정한 봉 감독은 앞서 '옥자' 공개 당시 칸영화제에서 '극장 비(非)개봉작'으로 초청돼 콧 대높은 프랑스 영화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고 국내에서도 극장-스트리밍 동시 개봉을 추진했다가 멀티플렉스로부터 보이콧을 당하는 등 큰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리고 '옥자' 전 봉 감독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설국열차' 때는 북미 배급권을 가진 와인스타인 컴퍼니가 대놓고 '설국열차'에 가위를 들어 20분 가량의 분량을 편집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유명한 사건이 있기도 했다. 이렇듯 역대급 우여곡절로 이미 단단해진 봉 감독에겐 이번 '미키 17'의 홀대설은 살짝 신경이 쓰이는 귀여운 '해프닝' 그 어디쯤이 아닐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미키 17'이 오랜 기다림 끝에 베일을 벗는 가운데, 역시나 '봉준호는 봉준호' '장르가 곧 봉준호'임을 이번에도 확실하게 증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월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하며 이후 3월 7일 북미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