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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봉준호 보유국' 한국이 보장하고 전 세계가 인정한 봉준호 감독이 더욱 진화된 세계관으로 6년 만에 돌아왔다.
지난 2020년 열린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한국 최초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갱상, 국제영화상을 휩쓴 '기생충'(19)의 봉준호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차기작 '미키 17'은 플랜 B의 디디 가드너와 제레미 클라이너, 봉준호 감독의 제작사 오프스크린 그리고 케이트 스트리트 픽처 컴퍼니의 최두호 프로듀서가 제작에 나선 글로벌 프로젝트다. 특히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워너브러더스와 봉준호 감독의 첫 협업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기대작이다. 봉준호 감독에겐 지난 2013년 개봉한 '설국열차', 그리고 2017년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옥자' 이후 세 번째 영어 영화이며 '옥자' 다음으로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자본으로 만드는 두 번째 블록버스터다.
캐스팅 면면도 화려하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핫한 배우로 꼽히는 로버트 패틴슨이 '미키 17'의 주인공으로 열연을 펼쳤고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헐크로 글로벌 인기를 끈 마크 러팔로,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등이 출연하며 초호화 라인업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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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불쌍한 주인공이 등장한다. 반복적으로 죽는 직업을 가진 인물이다. 그야말로 극한 직업이다. 그동안 우리가 SF에서 봤던 복제 인간과는 다르다. 인간을 출력하는 이야기다. 비인간적인 행위인데 정치적인 메시지는 아니다. 미키의 성장 영화라고 보면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원작에서는 7번 미키를 죽였는데 우리 영화에서는 10번을 더 죽여 17번째 미키를 만들었다. 노동자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그렇게 바꿨다"며 "'듄' 시리즈처럼 정통 SF도 있지만 우리는 좀 더 가까운 미래를 끌어오고 싶었고 인간적인 SF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발냄새 나는 SF'라고도 했다. 우리가 곧 겪게 될 미래를 끌어왔다. 내 필모그래피 중 절반은 SF 혹은 그 비슷한 장르였던 것 같다. 정치적인 풍자를 담고 있고 SF의 매력인 것 같기도 하다. 인간 사회나 정치에 대해 심각하게 또는 유머러스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 같다. 평생 한 번도 악역을 한 적 없다는 마크 러팔로도 새로운 유형의 독재자로 나온다. 위험한 귀여움을 보여준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당황하기도 했다. 늘 정의로운 역할을 하지 않았나?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즐겁게 연기했다. 또 내 영화 최초로 로맨스도 있다. 인간이 출력되고 있는 순간에도 사랑이 생겨난다. 사랑의 장면이 있는데 그게 제일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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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대한 같한 사랑으로 이민까지 생각 중이라는 로버트 패틴슨은 "아파트를 구할까 생각 중이다"며 웃었다. 그는 "어제(19일) 공항에 많은 팬이 나와 환대해 줬다. 여기까지 온 여정이 긴 여정이었고 아직 한국에 체류한지 24시간도 안됐는데 한국 영화 산업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많은 감독, 훌륭한 배우를 보면서 컸다. 한국 작품을 앞으로 더 많이 하고 싶다"고 바람을 보였다.
이어 "갱 자체가 정말 재미있었다.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심플했지만 광적인, 빨리 읽을 수 있는 갱이었다. 이면에 있는 멘탈을 들여다보고 미키가 왜 이렇게 사는지 복합적이더라. 인간적인 면모도 있었다. 실제 캐릭터는 자신감이 없다. 그런데 또 자신에 대한 연민도 없다. 멍청한 부분도 있다. 어떤 영화에서도 볼 수 없는 새로운 캐릭터다. 미키를 보면서 여러 영감이 떠올랐고 처음에는 개를 연기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실제로 키운 개 중에 버릇이 나쁜 개가 있었다. 훈련을 시킬 때마다 애교를 부리는데 그게 딱 미키 같았다. 17번을 죽어야 삶을 깨닫는 캐릭터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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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로버트 패틴슨은 봉준호 감독에 대해 "이러한 캐릭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거대한 규모의 영화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다. 봉준호 감독이 유머를 잃지 않는 지점이 놀라웠다. '스타워즈' 시리즈처럼 보이는 세트장에서 가볍고 유머러스한 장면을 촬영했다. 굉장히 용감한 작품, 감독이라고 생각한다"고 추켜세웠다.
그는 "내가 생각했을 때 봉준호 감독의 수준은 전 세계 감독 중 4~5명 손에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굉장히 수준이 높은 감독이다. 세계관이 특별하고 말이 된다. 보는 이들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퍼포먼스 면모도 그렇다. '살인의 추억'(03)을 오래 전에 봤는데 영화의 퍼포먼스를 보면 떠오르는 기억이 정말 말도 안 되는 것도 심각한 상황을 자유롭게 드나든다. 장르 구분을 하지 않고도 편하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영화를 계속 작업하고 싶었고 그 제안을 받게 돼 빠르게 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남다른 '디테일 연출'로 '봉테일'이라는 수식어를 얻기도 한 봉준호 감독과 첫 호흡에 대해 로버트 패틴슨은 "배우들은 늘 한계에 도전하게 되는, 새로운 것을 제시하는 감독과 일하고 싶어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그렇다. 사냥하듯 작품을 찾아 다니는데 봉준호 감독의 영화가 그 한 가운데 눈에 띄었다. 이 정도의 디테일한 감독과는 처음 일해본다. 내가 익숙했던 것과 달랐다. 체계적이고 자신감이 있었다. 실행력도 엄청났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짧게 연기할 수 있었다. 굉장히 짧게 촬영을 이어갔다. 이 부분이 몇 주 지나니 익숙해졌고 자유롭게 느껴졌다. 짧게 연기하면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나중에는 '이 현장 최고다!' 감탄하기도 했다"고 엄지를 추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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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개봉일 변동은 나도 정말 흥미로웠다. 내 영화 중에 개봉 일정이 변경 안 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이번엔 유난히 주목을 받아서 그런지 관심이 더 큰 것 같다. 할리우드 상황도 그렇고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이 개봉일이 바뀌기도 했다. 복잡한 상황이 엮여 있었다. 재편집을 하거나 재촬영을 하지는 않았다. 감독 최종권으로 계약이 되어있던 작품이다. 워너브러더스도 나를 존중해줬다. 여러 외적인 요인 때문에 변화가 있었지만 결론적으로 개봉하게 돼 기쁜 마음이다"고 답했다.
한편, '미키 17'은 오는 2월 28일 전 세계 최초 한국 개봉하며 이후 3월 7일 북미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