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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2분 여의 짧은 시간에 희로애락과 기승전결을 담아내는 영상이 요즘 대세다. '숏폼 드라마'로 불리는 이 콘텐츠는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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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표된 '올 오어 낫띵: 이혼전쟁'의 데니안은 "MC 역할로서 모든 대사를 외워야 했던 점이 힘들었지만 새롭고 즐거운 도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싱글남녀'를 연출한 이정섭 PD는 "1분 30초 안에 텐션 높은 이야기를 담아내는 게 쉽지 않았지만 배우들의 몰입감 덕분에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고 말했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시간 안에 강렬한 몰입감을 제공해 요즘 소비자들의 '시성비'(시간 대비 가성비) 추구 트렌드에 부합한다. 제작비가 기존 드라마보다 저렴하고 모바일 중심의 소비 패턴에 최적화돼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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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숏폼 콘텐츠가 성공할지에 대해선 여전히 의문이 따른다. 2020년 2조 원을 투자받고도 6개월 만에 문을 닫은 미국의 숏폼 플랫폼 퀴비(Quibi) 사례는 숏폼 시장의 불확실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국내에서도 72초TV, 피키캐스트 등 숏폼 플랫폼들이 성과를 내지 못한 전례가 있다.
현재 숏폼 콘텐츠 시장은 새로운 플랫폼들이 속속 등장하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올해만 해도 '탑릴스', '비글루', '숏차', '위치박스', 티빙의 '쇼츠' 메뉴 등 20개가 넘는 플랫폼이 출시됐다. 과도한 경쟁 속에서 콘텐츠의 다양성과 품질을 어떻게 확보할지가 성공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숏폼 콘텐츠는 자극적인 소재와 높은 제작비 상승 가능성, 그리고 비싼 소비 요금으로 인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광고 기반의 무료 모델이 점점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유료 콘텐츠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선 더욱 강렬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펄스픽이 웹소설, 웹툰 등 기존의 강력한 IP를 기반으로 숏폼 콘텐츠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미디어 업계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OTT는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제작비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고 이로 인해 티빙, 왓챠, 웨이브 등 국내 OTT 플랫폼들마저 가입자 확보와 수익성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티빙, 왓챠, 웨이브의 합산 영업손실은 무려 2959억 원에 달했다. 이 중 티빙과 웨이브는 경영 효율화를 위해 합병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난 3분기 기준 두 플랫폼의 누적 손실만 645억 원(티빙 영업손실 223억 원, 웨이브 지분법손실 422억 원)에 달하는 등 현실은 녹록지 않다.
K-OTT 플랫폼이 대형 글로벌 OTT에 치여 고사되는 상황에서 펄스픽의 숏폼 콘텐츠라는 접근법이 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 같은 거대 글로벌 OTT가 점령한 미디어 시장에서 펄스픽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을지, 미디어 업계 판도에 지갗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