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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줌人] "시청자에 신세 많이 졌다"…90세 최고령 '대상' 이순재, '건강 악화' 우려 불식시킨 건재함

조지영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1-12 11:15 | 최종수정 2025-01-12 11:15


[SC줌人] "시청자에 신세 많이 졌다"…90세 최고령 '대상' 이순재,…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대배우' 이순재가 역대 KBS '연기대상' 최고령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의미를 더했다. '건강 악화'로 잠시 휴식기를 갖은 이순재는 2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 건재함을 과시, 품격 있는 수상 소감으로 모두의 박수를 이끌었다.

지난 11일 KBS2 '2024 연기대상'이 방송됐다. 앞서 '연기대상'은 지난해 12월 31일 생중계 예정이었지만 그해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여파로 국가 애도 기간이 선포되면서 녹화 방송으로 대체됐다.

이날 '연기대상'의 스포트라이트는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방영된 KBS2 드라마 '개소리'에서 열연을 펼친 이순재였다. 이순재는 역대 '연기대상' 최고령 대상자로 선정, 최고의 영예를 만끽한 것. 특히 이순재는 지난해 10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 출연 당시 건강이 악화돼 주치의로부터 3개월간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 건강 회복에 집중한 바. '연기대상'을 통해 약 2개월 만에 공식석상에 서 동료들은 물론 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SC줌人] "시청자에 신세 많이 졌다"…90세 최고령 '대상' 이순재,…
전보다 야윈 모습으로 '연기대상'에 참석한 이순재는 대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놀람과 동시에 기쁜 마음으로 후배들의 박수에 감사의 인사로 화답했다. 이어 김용건의 부축으로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며 "80년도 언론통폐합 후 다시 KBS로 돌아왔다. KBS와 인연은 계속됐는데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오겠지'라며 늘 준비 하고 있었다"고 감동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는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 미국의 캐서린 헵번 같은 할머니는 30대 때 한 번 상을 타고, 60세 이후에 세 번을 탔다. 우리 같으면 전부 공로상인데, 미국은 60세가 됐어도 잘하면 상을 준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는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특유의 솔직하고 당당한 화법으로 시처어자를 사로잡았다.

'개소리' 촬영과 교수직을 겸해야 했던 당시의 상황도 언급한 이순재는 "촬영지인 거제까지 4시간 30분이 걸린다. 그걸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면서 촬영한 드라마다. 나는 아직 총장의 배려로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지금도 학생들 하나하나 다 지도하고 있다. 그런데 '개소리' 촬영이 6개월 넘게 걸리니까 학생들과 시간이 안 맞더라. '정말 미안하다. 내가 교수 자격이 없다'라고 했는데 학생들이 '걱정하지 마시라. 모처럼 드라마 하는데 열심히 하셔라'라며 '가르쳐준 대로 우리가 만들어 보겠다. 염려 마셔라'라고 말해주더라. 그 말을 듣고 눈물이 나오더라"며 곱씹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 최선을 다해 오늘의 결과가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감사하다"며 제자들을 향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 이후 올해까지 연기 생활 69년 차를 이어올 수 있게 지지해준 시청자와 팬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빼놓지 않았다. 이순재는 "이 자리까지 와서 격려해준 시청자 여러분과 지금 TV로 보고 계실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고 뭉클한 소회를 전했다.


대한민국 연기 역사의 산증인과 같은 이순재는 '건강 악화'라는 우려를 불식하듯 당당한 모습으로 건재함을 보였다. 원로 배우 이순재는 최고의 영예인 '연기대상' 대상의 트로피를 쥔 순간에도 자신을 높여 세우지 않았다. 촬영을 함께한 수많은 동료와 스태프, 제자들의 도움을 추켜세웠고 또 69년간 변함없이 응원을 보내준 시청자에 "평생 신세를 많이 졌다"고 고개를 숙였다. 연기는 잘할 순 있어도 완성은 아니라고 말해온 이순재의 품격은 바로 이런 '연기 자세'에서 나온 것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순간이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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