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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윤선 기자] 배우 이순재가 90세 나이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이라는 대기록을 세운 가운데 그가 남긴 수상소감이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교훈을 선사했다.
최근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했던 이순재는 2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용건과 연우의 부축을 받으며 무대에 오른 이순재는 전보다 다소 야윈 모습이었지만, 무대 위에서만큼은 꼿꼿한 자세로 차분하게 수상소감을 밝혔다.
이날 드라마 '개소리'로 대상의 영예를 안은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다"며 감격했다.
이어 KBS와의 인연을 되돌아보며 "TBC로 건너갔다가 80년도 언론통폐합 후 다시 돌아왔다. KBS와의 인연은 계속됐는데 많이 출연할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적절한 배역이 없으면 출연 못 는 건 당연한 거다. 그러나 '언젠가는 기회가 한 번 오겠지'라고 늘 준비는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은 나 개인의 상이 아니다. 아시다시피 '개소리'에는 수많은 개가 나온다. 그 개들도 한몫 다 했다. 각 파트마다 맡은 역할이 있다. 그들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순재는 "(촬영하는) 거제까지 4시간 30분이 걸린다. 그걸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면서 찍은 드라마"라며 "이 자리를 빌려서 감사한 학생들이 있다. 내가 아직까지도 총장님이 배려해서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학생들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다 지도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학생들을 제대로 봐 줄 수 없었다는 그는 "학생들한테 미안하다고 하면서 교수 자격이 없다고 했더니 '선생님 걱정하지 마세요. 모처럼 드라마 하시는데 잘하세요'라고 해줬다"며 "'염려 마세요'라고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나온 거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순재의 눈물에 기립 박수를 치던 후배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끝으로 이순재는 시청자들에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며 "평생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말해 뭉클함을 안겼다.
이날 이순재는 대상 외에도 '개소리'에서 함께 호흡을 맞춘 모모랜드 출신 연우, 개 아리(소피 역)와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하며 2관왕을 차지했다.
이순재는 "요즘 한국 가정 3분의 2는 개하고 사람하고 커플이더라. 그래서 상당히 익숙해진 관계가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로서는 처음이다"라며 "이번에 소피(아리)는 전적으로 주연을 했다. 이 친구 역량이 없었으면 '개소리'가 짖다 말 뻔했다. 내가 짖을뻔했다"며 재치 있는 소감으로 웃음을 안겼다.
이어 '개소리' 제작진에 대한 칭찬과 함께 "여기 참여하는 모든 배우들도 이색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뭔가 한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들어왔다. 상 타려고 시작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이색 작품을 어떻게 재밌게 해서 시청자들에게 재밌게 보여줄까라는 시도로서 우리가 힘을 합친 거다. 그래서 이 작품은 주연, 조연이 없다. 한 파트마다 전부 주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순재는 "솔직히 '개소리'로 상 탈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냥 하는 재미로 했다. 대상 이런 건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전에도 그 이상 더 잘한 것도 (대상을) 안 줬는데"라며 솔직하게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상이라는 건 좋은 거다. 특히 수상자는 정말 좋은 거다. 그 상이 진정한 상이었을 때 정말 내가 최선을 다한 평가로 받는 상은 가보다. 미국 아카데미 상이 그렇다. 스타라고 해서 상 주는 게 아니다. 당대 최고의 스타인데도 상 못 타는 사람이 많다. 이름도 모르는 배우들, 열심히 한 배우들이 상을 타는 거다. 이게 상인 거다. 이런 상을 받았을 때 평생의 가보가 되고 일생의 영예가 되는 거다. 그런 상을 향해 우리도 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에 KBS에서 내가 나와 있다. 언론 통폐합 80년도 이후 이 무대에, 대상 후보군에 끼어서 올라온 건 처음이다. 대상이라고 해서 나가보면 한 달 전에는 대상인데 닷새 후에는 공로상이라고 한다. '이거야말로 대상이 내 것이지'라고 하는 작품들이 있다. '사랑이 뭐길래'에서 누구 아버지냐. 대발이 아버지는 빼고 엄마를 주더라. 물론 김혜자는 훌륭한 연기자고 상을 타고도 남는다. 후회는 없다"며 "상이란 공정한 상, 탈수록 영예스럽고 보물이 되는 거다. 앞으로 KBS가 '개소리'를 계기로 그런 상으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날 MC 장성규는 이순재에게 "실례지만 오늘 대상 원하시냐. 아니면 앞서 말씀하신 것처럼 상에 욕심이 전혀 없으시냐"고 물었다. 이에 이순재는 "처음부터 상 타려고 올라온 게 아니다. 내가 올라온 이유는 똑같은 구성원 가운데 내가 제일 연장자, 90세니까 올라온 것다"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한편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한 이순재는 현재까지 활동하는 최고령 배우다.
이순재는 '이산', '선덕여왕', '돈꽃', '대물' 등 무게감 있는 작품부터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등 코믹 장르, 연극 무대 '리어왕', '사랑해요 당신', '장수상회', '갈매기', '앙리할아버지와 나' 등 활발한 연기를 보여줬다. supremez@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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