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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20년 전 신조어인데, 여전히 이 단어 아니고는 설명이 힘들다. 마치 폐인처럼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만 지나치게 열중해 빠져들었다며, '미안하다, 사랑한다' 광팬들을 두고 '미사 폐인'이라 불렀다. 그런데 내용을 곱씹어 볼수록, 영어로 고통을 의미하는 'Pain'을 떠올리기도 한다. 무혁(소지섭)과 은채(임수정)의 지독하게 슬픈 사랑이 20년이 지난 현재도 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괴롭고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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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채와 무혁의 명장면은 한 프레임도 안 벗었다. 사실 '미사'는 대사가 많지 않고 지문이 많다. 음악이 많이 깔려 뮤직비디오 같기도 하다. 대사가 아니라도 표정 하나 느낀 바가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명장면은 몇 프레임이라도 잘린 게 없는지 다 체크했다. 그래도 호흡은 빨라졌다. 몇 가지 신들은 없앴다. 가족 이야기나 반복되는 설정들이 그렇다. 예전에는 방송이 거의 생방이었다. 아무래도 시청률을 높여야 하니 길게 만들어야 잘 나오는 게 있었다. 그렇게 늘어지는 것들을 과감하게 많이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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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점은 OST다. 기존에는 박효신의 '눈의 꽃'이 삽입됐지만, 이번에는 NCT 도영의 '눈의 꽃'이 새롭게 들어 갔다. 도영의 '눈의 꽃'은 2024년 버전으로 재탄생한 무혁과 은채의 비극적 사랑을 더 애달프게 만들고 있다. 도영은 '눈의 꽃' 원곡의 여운은 유지하면서도, 자신 만의 스타일을 더해 영롱한 감성을 자랑한 바다. 이 감독은 현대적인 느낌을 가미하기에 가장 좋은 부분으로 OST를 생각했다고. "재탄생하는 '미사'와 '눈의 꽃' 리메이크가 어우러져 시너지가 날 것을 기대한다. 대표곡의 재해석이 더해져 작품의 몰입감도 한층 깊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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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이크보다 리마스터링을 한 이유에도 궁금증이 생긴다. "당시 '미사'도 때깔이 달랐다. 그래서 이번에도 원본의 톤을 새롭게 더 좋게 하려고는 안 했다. 4K로 가면서 노이즈만 잡았다. 예전에 일본과 중국에서 리메이크를 하기는 했는데, 흥행이 잘 된지 모르겠다. 우리 배우들처럼 안 했을 것 같다. 그리고 저처럼 못 만들었을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미사'는 일반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극한 상황인데 아무일 없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그 선을 잘 지키지 않으면 망가질 수 있다. 두 사람 다 죽는 드라마는 또 이것 밖에 없기도 했다. 지금하고 너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드라마 진입할 때는 슬픈 얘기로 보이진 않다. 종종 배우들이 펑펑 우는데 시청자들은 하나도 안 슬픈 경우가 있다. 그 거꾸로 해보고 싶었다. 배우는 안 우는데 시청자들이 우는 드라마를 해보자고 했다. 그런 쪽에 욕심을 냈다. 이 드라마가 엔딩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궁금하지만, 사실 현실에도 남편이나 남친 죽는다고 안 따라 죽는다. 그래서도 안 되고. 진짜 순수한 얘기인 것 같다. 그래서 더 슬픈 거다"라고 거들었다.
20년이 지난 만큼, '미사'의 로맨스가 지금도 통할지 관심사다. 이 감독은 "거슬러 올라가면 20년 전에도 '미사'는 이미 특이한 멜로 드라마였다. '내가 연출자로 잘 할 수 있을까. 난 미니시리즈 연출자로 적절한가'라는 고민이 있었다. 다른 드라마가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되고 궁금하기는 한데, 편집하면서 느낀 거는 지금봐도 괜찮겠더라. 배우들이 누가 하느냐도 너무 중요한데, 소지섭-임수정 리즈 시절이다. 연기 스타일도 트렌드가 있는데, 이들은 지금 현재 연기 스타일로 연기하고 있다. 과장하지 않고 툭툭 얘기하는 게 진정성 있고 집중도가 있어서, 지금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고 내다 봤다.
리마스터링 될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한 만큼, 이 감독에 '미사'는 남다른 의미일 터다. "제가 '상두야 학교가자'로 데뷔하고 그 다음해에 '미사'를 했다. 미니시리즈 두 번째였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열정 정신이 있었다. 물론 스코어가 더 나오고 덜 나오는 것들이 있는데, '미사'는 다른 색깔이 있었고, 결이 주는 정서가 있었다. 뭐가 좋다 나쁘다 하지는 않겠지만, '미사'는 제 이름을 세상에 알려줬다. 작가님께도 너무 고맙고, 배우들에게도 너무 고맙다. 또 20년 뒤에 이렇게 다시 재제작이 될 수 있었던 것은 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재방송을 가장 많이 한 드라마가 '미사'라더라. 재방송한다는 것은 상업적 논리로 보면 광고가 붙는 것인데, 그건 사람들이 많이 본다는 것이다. 시청률 4~50%는 아니라도 질긴 생명력인 것 같다. 다시 이런 기회가 만들어졌다는 게 너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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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