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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이병헌 수상 인터뷰 |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더이상 '한국의 디카프리오'가 아니다. 눈알을 갈아 끼운 듯한 광기의 열연으로 여름 극장가를 뜨겁게 달군 배우 이병헌(53)이 청룡영화상으로 올해 유종의 미를 거두며 '명품 배우'의 이름값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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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매 순간 감정을 쥐어짜 '난 최선을 다했어'라며 여한 없이 털어내는 편이다. 그런데 '콘크리트 유토피아'는 작품이 끝나고 나서 스태프, 감독, 후배들에게 '덕분에 좋은 공부가 됐다' '함께 해서 좋은 경험이었다'라는 칭찬을 많이 들어 나 역시 어안이 벙벙했던 것 같다. 유독 칭찬을 많이 들었던 작품이었는데 한편으로는 늘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정말 좀 잘했고 그 최선이 빛을 봤구나 싶기도 한다"고 곱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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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다른 영화상이나 시상식에서도 종종 상을 받았다. 매해 받을 때도 있었고 나름 열심히 연기한 보상을 섭섭지 않게 받은 것 같은데 청룡영화상은 참 더디게 인정을 해주는구나 싶었다. 좀 지독한 것 같다"며 "한편으로는 이렇게 만만치 않은 상이라는 생각에 모든 영화인이 받고 싶어 하고 또 긴장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상은 물꼬를 튼다고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나도 첫 번째 수상까지 25년이 걸렸고 다시 두 번째 수상까지 7년이 걸렸다. 상도 너무 기쁘고 감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올해 내가 얼마나 작품을 했고 얼마나 관객에게 만족감을 선사했는지, 또 스스로 연기에 대해 어느 정도 성취감을 느꼈는지 분석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앞으로 할 작품이다. 상을 받고 안 받고는 다음 문제인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두 번째 남우주연상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경을 전했다. 이병헌은 "수상 소감으로도 이야기했지만 청룡영화상에서 인정받고 상을 받는다는 건 배우들, 영화인들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그런 가장 큰 상을 두 번이나 받은 것은 내가 배우로 살면서 열심히 노력했고 무언가 해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되기도 한다"고 의미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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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은 "아들 준후가 만 8세인데 그날은 특별히 엄마(이민정)와 함께 청룡영화상을 집에서 같이 시청하고 있었다. 처음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때가 2015년, 아들이 딱 한 살 때쯤이었는데 그때 수상은 너무 어려 직접 보지 못했는데 올해는 아들이 청룡영화상을 어느 정도 인지 한 상태로 시상식을 기다렸다. 아내가 남우주연상 수상을 발표하기 전부터 아빠의 수상을 바라는 아들의 반응이 귀여워 영상을 찍어 보여줬다. 내 이름이 호명되자 아들이 환호성을 지르면서 방방 뛰더라. 소파가 꺼지도록 뛰면서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상을 받은 그 순간보다 더 뿌듯하기도 했다. 아마 누가 보면 올림픽, 월드컵 금메달이라도 받은 줄 알았을 것이다. 아빠로서 소박하지만 꽤 큰 기쁨이었다. 수상 당일 전화로 아들이 '아빠 축하해!'라는 말을 해줬는데 뭉클했다"고 아들 바보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 21일 태어난 둘째 딸 버디(태명)에 대한 특별한 소회도 전했다. 이병헌은 "여러모로 딸 버디가 복덩이가 된 것 같다. 주변에서도 다들 그렇게 이야기를 해준다. 선물처럼 버디가 올해 찾아왔고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흥행에 성공했다. 게다가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 수상까지 경사가 겹쳤다. 아들은 청룡영화상 트로피를 궁금해하고 있다. 자꾸 보여달라고 하더라.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가 된 것 같다"고 고백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