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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백지은 기자] K팝에서 'K'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한국인도, 한국어도 없는 새로운 형태의 K팝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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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로 가기 위해 K팝에서 K을 떼어내야 할 때"라고 역설했던 하이브 방시혁 의장은 미국 게펜레코드와 협업한 '더 데뷔 : 드림 아카데미'의 첫 결과물 캣츠아이를 내놨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영국 문앤백과 손잡고 현지 보이그룹 데뷔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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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팝 시스템과 인재들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기존의 해외 팝시장은 아티스트 스스로 재능을 드러낸 뒤 에이전시와 계약하는 구조다. 그러나 K팝은 인재를 발굴, 육성하는 시스템이다. 전문가 집단의 체계적인 집중 트레이닝을 통해 아티스트 완성도를 높이고, K팝 특유의 오디션 포맷으로 데뷔 전부터 팬덤을 만들어내며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인재들이 이런 K팝 시스템을 만났을 때 어디까지 성장을 이뤄낼지 전세계 음악시장이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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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K팝의 최강점인 메시지가 약해질 수 있다. 그동안 방탄소년단 세븐틴 스트레이키즈 등 한국 가수들은 자신들이 직접 겪어온 아픔과 고뇌, 성장과 극복의 과정을 노래에 녹여 진정성 있는 소통을 해왔다. 이는 비슷한 일을 겪고 있는 전세계 또래집단이 K팝에 깊게 공감하고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영미권 팝송은 이런 K팝과는 결이 다르다. 그 밸런스를 절묘하게 맞추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곡에 대한 권리도 외국 작곡가에 치우치게 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음악산업백서'에 따르면 국내 작곡가 곡 지분 비율은 작곡가 작사가 각각 50%인데 반해 해외 작곡가가 작업한 곡은 외국 작곡가가 87.5%, 작사가가 12.5%를 가져간다. 또 외국 스태프와 국내 스태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거나, 충돌이 생겨 콘셉트가 산으로 가는 일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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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가 바로 '2023 빌보드 뮤직 어워즈(이하 BBMA)'였다. 올해 'BBMA' 측은 K팝 관련 부문을 4개나 신설했다. 지역적 장르로는 라틴 팝 부문만 따로 뒀던 'BBMA'에서 K팝 부문을 새로 만든 것은 그만큼 높아진 K팝의 위상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환호하기도 했지만, 그만큼 본상 혹은 대상 부문. 소위 '주류'에서 배제당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 이번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전세계적으로 유의미한 성적을 냈던 K팝 가수들이 정작 본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채 K팝 부문 노미네이트로 만족해야 했다.
이처럼 K팝은 글로벌로 향하는 성장통을 겪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어렵게 열어 젖힌 K팝의 세계화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과 고민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백지은 기자 silk78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