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세계가 먼저 알아본 'K-공포' 'K-스릴러'가 늦더위가 이어지는 9월 극장 문을 두드렸다. 스승 봉준호 감독의 작품에서 갈고 닦은 무서운 제자 유재선 감독이 힘든 한국 영화계 새 판을 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잠'은 '첩첩산중'(09, 홍상수 감독) '옥희의 영화'(10, 홍상수 감독) '우리 선희'(13, 홍상수 감독)를 통해 호흡을 맞춘 정유미와 이선균이 다시 한번 재회해 눈길을 끈다. 행복과 공포 사이의 간극, 치료로도 해결되지 않는 비현실적인 공포에 맞서 서서히 변해가는 인물의 심리를 완벽히 그리며 싱크로율 높은 현실 부부로 변신,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
칸영화제 초청에 대한 후일담도 전했다. 유 감독은 "칸영화제에서 '잠' 상영이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이 자리에 일어나 박수를 쳐줬다. 그 순간이 지금까지 기억난다. 사실 칸의 초청을 받아 뛸 듯이 기뻤지만 동시에 두려움과 긴장감이 있었다. 막상 관객이 볼 때 반응이 어떨지 두려움이 컸다. 그 두려움이 한달간 지속됐다. 다행히 칸에서 영화에 대해 좋은 반응을 보여줘 엄청난 안도감이 전해졌다"고 곱씹었다.
앞서 유 감독은 봉준호 감독 작품에서 연출팀으로 활동하며 영화를 배운 대표적인 '봉준호 키드'다. 이런 후배의 첫 연출작에 봉준호 감독은 "최근 10년간 본 호러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하다"라는 극찬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유 감독은 "칭찬의 말을 직접 듣지 못했지만 너무 영광이었다. 봉준호 감독은 내가 관객으로도, 영화인으로도 롤모델인 분이다. 내 영화를 봐준다는 것만으로도 기쁜데 호평까지 남겨줘 기뻤다. 봉 감독이 정유미와 이선균의 연기를 보고 '소름 돋았다'였나 '미쳤다'였나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고 고백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이선균은 "잠만 자고 잠결에 하는 행동만 있어서 수월했다. 어릴 때 '고래사냥'이라는 영화를 보고 안성기 선배가 생닭을 먹는 장면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다. 이번에 촬영하면서 그 장면이 생각났는데 좀 더 기괴하게 보이길 바랐다. 유 감독이 더럽지 않게 앵글을 잡아줘 효과적으로 보이게 된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잠'을 통해 벌써 네 번째 호흡을 맞춘 정유미와 이선균은 서로의 호흡에 대해서도 남다른 케미를 과시했다. 정유미는 "이선균과 많은 호흡을 맞췄지만 정작 신에서 만나는 회차는 많이 없었다. 늘 같이 오래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가 이번에 풀었다. 이선균 선배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한 분이지 않나? 늘 동경하던 분이었고 이번에 함께해 너무 영광이었다"고 답했다.
이선균은 "홍상수 감독 영화에서 일상 속 연기를 해왔다. 10년 전부터 서로 좀 더 긴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왔다. 유 감독도 '잠'이라는 것 자체가 소재와 장르에서 시작한 영화라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캐스팅한 것 같다"고 밝혔다.
|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