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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리뷰] "전 세계 소희들을 위해"…'다음 소희' 배두나·김시은이 전하는 위로 한 마디 (종합)

안소윤 기자

기사입력 2023-02-05 09:22 | 최종수정 2023-02-06 07:18


[SC리뷰] "전 세계 소희들을 위해"…'다음 소희' 배두나·김시은이 전…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스포츠조선 안소윤 기자] "너무 늦었지만 제가 이제야 이 사건을 알게 됐다."

정주리 감독이 '다음 소희'를 연출한 이유는 짧지만 강렬했다. 우리 주위에 있는 '소희'들의 아픔을 미리 알아채지 못했다는 후회와 미안함, 그리고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있었다.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다음 소희'는 열여덟 고등학생 소희(김시은)가 현장실습에 나가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이를 조사하던 형사 유진(배두나)이 같은 공간 다른 시간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려냈다. 2014년 '도희야' 이후 9년 만에 신작을 내놓은 정주리 감독은 사회적 이슈를 깊은 통찰력으로 담아내며 관객들에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다.

'다음 소희'는 2017년 1월 전주에서 대기업 통신회사의 콜센터로 현장실습을 나갔던 고등학생이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극 중 소희와 유진의 이야기가 1부와 2부로 나뉘어 등장하는 가운데, 1부에서는 졸업을 앞두고 콜센터에 현장 실습을 나간 소희의 이야기가 펼쳐졌고 2부에서는 소희의 억울한 죽음을 풀어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 유진의 모습을 보여줬다.


[SC리뷰] "전 세계 소희들을 위해"…'다음 소희' 배두나·김시은이 전…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먼저 김시은은 첫 장편 데뷔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캐릭터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그가 연기한 소희는 춤추는 것을 가장 좋아했고 자기 의견을 뚜렷하게 내세울 수 있는 어리지만 당찬 소녀였다.

실업계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소희는 담임 선생님의 권유로 콜센터 파견을 나가게 됐다. 이른 나이에 경쟁 사회에 뛰어들게 된 만큼, 첫 직장 생활은 위기의 연속이었다. 전화를 받자마자 욕설을 내뱉는 고객부터 실적에 대한 압박까지, 아픈 상처로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


[SC리뷰] "전 세계 소희들을 위해"…'다음 소희' 배두나·김시은이 전…
사진 제공=트윈플러스파트너스
또한 소희의 죽음을 파헤치는 형사 유진을 연기한 배두나는 연출자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많은 이들이 쉽게 놓칠 수 있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는 걸 강조했지만 어른들은 어린 소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 전가하기 급급했다. 심지어 소희의 부모님은 생전에 딸이 무엇을 가장 좋아했는지 어떤 점이 힘들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고 그저 뒤늦게 후회하며 목놓아 울 뿐이었다.

'다음 소희'는 지난해 5월 한국 영화 최초로 제75회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폐막작으로 선정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단순히 우리나라만의 고질적인 문제가 아닌, 해외 각국에서 많은 '소희'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 또 다른 의미이기도.


아마 작품이 끝난 뒤에는 좀처럼 실마리가 풀리지 않은 듯한 답답한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어쩌면 답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결말을 맺는 것이 현실을 가장 적나라게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일 것 같다. '다음 소희'는 무조건 힘든 상황 속에서 고통을 참고 견뎌내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안소윤 기자 antahn22@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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