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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글리치' 노덕 감독 "비슷한 소재 쓰다가 대본 만나..안 할 수 없었다"

문지연 기자

기사입력 2022-10-12 12:04


사진=넷플릭스 제공

[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글리치' 노덕 감독이 '글리치'와 '믿음'에 대해 언급했다.

노덕 감독은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진한새 극본, 노덕 연출) 인터뷰를 진행했다.

노덕 감독은 '글리치'를 만든 이유에 대해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었는데 그šœ 저는 OTT가 없던 시절이었고 이야기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적어놨던 아이템이 있었다. 그것이 SF의 '만신'이라는 작품이 끝나고 기획안을 봤는데 제가 5~6년 전에 기획을 했던 아이템과 비슷한 게 있어서 저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해야 되겠다. 이유 불문하고' 그런 생각이 들었던 게, 이거 내가 작품이 연출을 하지 않더라도 누군가 하고 작품이 나올텐데 그러면 저만의 아이템을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아류작이거나 표절작이라는 얘기를 들을 것 같아서 남이 이 작품을 연출할 바에는 이 작품을 내가 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작품은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이 어떤 장르적인 여러 장르들을 건드리고 있지만, 장르적인 관습을 넘어서서 클리셰의 끝까지 가는 지점까지 가지 않고 빠졌다가 다른 장르로 가는 것이 형식보다 인물이 중요했기 때문에 중심에 잡힌 인물을 두려는 노력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가진 한 고민을 담고 싶었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보시는 분들도 이것이 장르적인 이야기보다는 SF나 사실 미스터리나 스릴러 등 장르들이 있지만 그 장르들보다도 인물에 중점을 두시고 개인적인 이야기로 받아들이시고 따라가주시면 감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노덕 감독은 연쇄실종사건과 관계된 외계인 관련 이야기를 집필 중이었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노덕 감독은 "연쇄실종사건이 벌어지는 서울이 배경으로, 중년의 아저씨와 한명의 고등학생, 대학생 여자애의 조합의 주인공이었다. 그중에 한명이 자기 사라진 지인을 찾으려고 하다가 나머지 두 명을 만나면서 같이 찾는 내용이었는데, 그러면서도 중년의 아저씨가 알 수 없는 신체 이상 현상이 일어나고 그런 거였다. 그런 내용이었는데 잘 못 풀었다. 결국엔 실종된 사람들이 왜 실종됐느냐. 자기가 사실은 외계인임을 깨달은 사람들이 외계로 돌아갔다고 했다. 저는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네가 정체성이 무엇이며 네가 인간임을 확신할 수 있어? 였다.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서 적어놨었다"고 자신의 이야기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글리치'는 진한새 작가의 글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노덕 감독은 이에 대해 "제가 그런 이야기를 기획했다고 해서 강요할 수는 없었고 이분의 글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들어왔다. 진한새 작가는 제가 이런 얘기를 기획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기억도 못할 거다. 그때 그 이야기를 하면서 준비하면서 실패했던 경험은 있는 거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결코 쉬빚 않은 이야기고, 난관들이 있을 것이고,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어떤 관습화된 장르적 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진짜 새로운 모헙을 떠나고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개척해야 하는 이야기다. 다른 이야기를 만들 때마다 시간과 공력이 가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인지를 하고 들어갔다. 그래서 그런 지점들에서 제가 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려고 노력했고, 대본 회의라는 것은 사실 저도 마찬가지고 책임자로서 이름이 올라가지만, 저도 그렇고 책임 PD도 그렇고 모두가 같이 모여서 의견을 주고받는 것이 있고, 진한새 작가가 결정을 했기에 제 나름대로 충분히 주고받은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특히 촬영하는 내내 모험을 떠나는 기분이었다는 전여빈의 말처럼, 노덕 감독도 계속된 여행을 이어왔다고 했다. 그는 "모든 에피소드마다 저만의 숙제는 있었다. 가장 큰 것이 저에게 왔던 것들은 새로운 공간이 열린다는 것이 어려운 숙제였다. 미술감독님이 10회차에 돌아가시면서 처음부터 '글리치'라는 콘셉트를 공유하던 파트너가 없어지게 된 상황에서 그분에 대한 애도의 마음은 애도의 마음이고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가 큰 부담감이자 짐으로 다가온 게 있었다. 그게 4부 예배당 신부터 저에게 큰 숙제가 되었다. 4부부터는 예배당이 해결되지 않은 숙제라서 후반으로 미뤄놨었다. 거의 순차적으로 찍었지만, 3부에서 5부로 넘어가고 4부를 뒤로 뺐던 것이다. 5부의 좁의 집부터 했고, 새로운 공간이 열리면서 이 작품 안의 톤과 의미를 어떻게 담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 벅찬. 파트너를 잃은 것에 대해 저 혼자 해결해야 하는 벅찬 순간들이 있긴 했다. 그 부분이 연출적으로 어려웠던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사실 세트 같은 경우는 지효의 집이나 그런 것들을 다 디자인을 해두고 세팅을 해두고 갑작스럽게 지병으로 그렇게 되신 거라서 촬영 후반에 세트장에 가면 느껴지는 거다. 그 공간에 같이 그 에너지가 같이 계신 거잖나. 촬영할 때마다 기분이 그렇더라"고 말했다.


'글리치'는 결국 '믿음'에 대한 이야기였다. 외계인이 있는지, 없는지, 또는 내가 이 사람을 믿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는 '믿음' 속에서 이야기가 확장되고 이어져나갔다. 노덕 감독은 자신의 '믿음'에 대해 "현실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믿을 수밖에 없고, 자기 자신을 믿지 못하면 은퇴를 해야 하는 것이고. 그래도 난 잘할 수 있을 것이야. 라고 현실적으로는 사실 그런 게 있다. 저도 보라가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효가 옆에 보라가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나도 보라 갖고 싶어. 나도 나의 보라' 이러면서"라며 웃었다.

'글리치'는 외계인이 보이는 지효와 외계인을 추적해온 보라가 흔적 없이 사라진 지효 남자친구의 행방을 쫓으며 '미확인' 미스터리의 실체에 다가서게 되는 4차원 그 이상의 추적극을 담은 작품. 7일 공개된 이후 국내 톱10 2위에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글리치'는 '인간실격'을 썼던 진한새 작가와 '연애의 온도', '특종 : 량첸살인기' 등으로 관객들만을 만나왔던 노덕 감독이 손을 잡은 작품. 노덕 감독은 '글리치'를 통해 처음으로 드라마에 도전했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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