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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닷컴 김수현기자] 전세계로 퍼지는 이란 반정부 시위. 많은 연예인들과 정치인, 일반인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시위에 동참하고 있다. 연대의 의미로 '머리카락을 자르는' 행동을 SNS에 올리며 공개적으로 이란 정부에 대한 항의를 표하고 있는 것.
앞서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는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지난 13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3일 만에 숨졌다. 이후 현재 국민에게 부당한 짓을 한 이란의 정부에 대해 반정부 시위가 발발했고 전 세계 159개 도시로 확산됐다.
이슬람 율법에선 여성의 긴 머리카락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반드시 히잡을 착용해 숨겨야 한다. 머리를 자르는 건 이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뜻을 내포한다.
지난 5일 비노쉬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머리카락을 한 움큼 잘라내며 '이란 여성과 남성의 자유권을 위한 연대'란 메시지를 남겼다. 바노쉬는 머리카락을 잘라냈고 "자유를 위하여"라 외쳤다. 거기에 잘린 머리카락을 흔들어보이기까지 했다.
"이란 여성과 남성의 자유를 위한 연대"라고 비노쉬는 자신의 동영상 게시물에 글을 달았다.
또한 마리옹 코티야르는 인스타그램에 이자벨 아자니, 줄리엣 비노쉬의 영상을 차례로 마지막에 자신의 머리카락 자르는 영상을 붙여 올렸다.
"코틸라르의 비디오와 함께 게시된 글에는 여배우 샬롯 램플링과 샬롯 게인즈부르, 가수 제인 버킨도 포함되어 있다. 코틸라르는 게시물과 함께 "바로 지금 이 순간,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란의 용기 있는 여성과 남성들을 위해. 우리는 당신 편입니다"라고 썼다.
이에 많은 여성들이 시위 현장을 나가고 온라인 등에서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내며 연대했다.
고대 페르시아 때부터 이란에서는 여성이 애도나 저항의 의미를 담아 머리카락을 자르는 오랜 풍습이 있다. 거기에 최근 한 남성은 사위 도중 누이가 숨졌고 장례식에서 울며 자기 머리카락을 잘라 관 위에 뿌렸다. 이 영상 또한 널리 퍼지면서 삭발 의식이 확산되고 있다.
여성 정치인도 연대에 합세했다. 전날에는 이라크 쿠르드족 출신 스웨덴 유럽의회 의원인 아비르 알살라니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 연단에 올라 연설하면서 머리카락을 잘라냈다. 알살라니는 "이란 여성들이 자유로워질 때까지 우리가 함께할 것"이라며 쿠르드어로 "여성·삶·자유"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이란 정치학자 도르나 자반은 AP 통신에 "이란에서 여성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은 히잡 의무화에 저항하는 상징"이라며 "이런 영상의 확산은 이란 여성들의 싸움에 국제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분석했다.
로마의 국립현대미술관과 밀라노의 디자인 아트 박물관이 이번 시위에 지지의 목소리를 보태고 싶은 방문객에게 각자 이름 대신 머리카락 일부를 받는 서명 운동을 마련, 이렇게 모인 머리카락들은 연대와 저항의 상징으로서 주이탈리아 이란 대사관에 전달될 예정이다.
또한 런던에서는 2500명 가량의 인파가 트래펄가 광장에 집결했다. 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는 한 이란 여성이 수십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카락을 자르는 시위를 벌였으며 이탈리아 로마에서도 이날 수백명이 캄피돌리오 언덕에 모여 "여성·삶·자유"를 외치며 이란 시위대를 향한 지지를 표시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는 미국과 이란의 갈등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란 최고 지도자가 보름 만에 처음 낸 입장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반정부 시위 배후로 지목한 것. 반면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한 22살 여성 아미니의 죽음에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은 곧장 이란의 탄압을 비판하며 추가 제재 뜻을 밝혔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즉각 반박 성명을 내고, "이란 정권은 자국민의 자유를 폭력으로 억압해왔다"면서 "이란의 모든 시민, 여성과 함께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주 내로 풍속 경찰과 기관에 대한 추가 제재도 시사했다. 이란 인권단체는 현재까지 반정부 시위에서 13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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